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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상승의 원인 제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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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추석대목을 앞두고 물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해마다 추석 때가 되면 들먹거리는 것이 물가의 생리라 하겠지만, 이번 추석대목의 물가동향은 예년과 다른 구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대책이 있어야 하겠다.
「시멘트」·철근, 그리고 면사가격 등이 이미 상당한 파동을 일으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쌀·보리쌀·밀가루·쇠고기·김·청주·고무신·치약 등 일상적인 생필품까지도 매우 강세를 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말 현재의 전국도매물가지수는 전년 말에 비해서 5·3%가, 그리고, 소비자물가는 5·4%가 각각 올라서 전년동기의 상승률 5·7% 및 6·6%에 비한다면 표면상 물가는 더욱 안정세에 있는 것 같으나 물가상승의 구조는 오히려 악성화하고 있다는데 주목해야할 것이다. 작년의 경우에는 생산재가격의 안정과 소비재의 앙등이라는 이중구조적인 물가상승을 보였으나 올해의 물가는 생산재가격의 상승을 수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생산재가격의 상승은 물가의 본질적 상승을 불가피하게 하는 것이며 그러한 생산재가격의 상승은 근자의 환율상향조작으로 더욱 가속화할 공산이 짙다 할 것이다.
이러한 기본동향에 더하여 연이은 흉작으로 오는 곡가의 상승압력이 가세하고 있으므로 연말까지의 물가는 강한 상승압력하에 있다 할 것이다. 예년의 경우에는, 추곡의 출회와 더불어 지수상의 물가는 안정되는 것이 통례라 하겠으나 올해에는 추곡출회기의 곡가하락이 미치는 지수상의 안정효과도 클 수 없을 것 같을 뿐만 아니라 생산재가격의 상승과 환율상승에 따른 일반적 물가상승요인까지 겹치고 있어 특변한 대책이 없는 한 안정기조의 유지는 어렵지 않나 생각된다.
물가정세가 이와 같이 악화되고 있다면 그에 대한 대책도 본질적인 것이 되어야 마땅할 것이나 지금까지의 대책은 기엽적인데 흐르고있다 할 것이다. 철근값이 오르니까 수입을 개방한다든지, 면사값은 협정가를 고수하라고 지시한다든지, 또는 주요품목에 대한 세무사찰을 강화한다든지 하는 따위의 대책은 인과관계를 도외시한 억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석탄값의 인상이 눈앞에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통화량은 계속 늘고 있다. 간접세위주의 세제하에서 세수압력이 가중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예산팽창과 각종공매발행계획이 제시되고 있다. 수출입의 역조격화는 수입억제의 필연성을 내다보게 하고 있으며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환율은 경제계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요소들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분명한 정책적인 제시가 없는 한 물가는 오르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며, 이를 행정력으로 막아보려 하는 것은 어리석다 할 것이다. 원래 물가는 제반정책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닌 바에야 물가상승의 원인제거 없는 행정력이란 무의미할 뿐 아니라 혼란조차 유발시키는 것이라 할 것이다.
추석이라는 대목을 계기로 물가가 자극되기 시작하면 심리적 요인까지 가세하게 마련이다. 일시적인 물가대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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