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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아산 "솟아날 구멍 생긴 것 아니냐" 개성공단 기업들 "장마 전에 가 봤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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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단 좋다. 솟아날 구멍이 생긴 것 아니냐. 환영한다.”

 전화기 너머의 현대아산 관계자는 들떠 있었다. 6일 남북의 대화 재개 움직임이 시작되면서 5년 만에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언제 사업을 재개할 수 있을지 단정할 수 없지만 남북 합의가 이뤄지면 가용인력을 모두 투입해 두 달 이내에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현정은(58) 회장이 지난해 8월 고 정몽헌 회장 추모식에서 “내년(2013년) 10주기 행사는 금강산에서 열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대북 사업 재개에 강한 의욕을 보여왔다. 현대그룹은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현 회장은 그룹 차원의 대응보다 현대아산 주도로 상황을 파악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아산은 이날 “북측의 당국 회담 제의를 환영하며 당국 간 회담이 원만히 진행돼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이 조속히 정상화되기를 바란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1998년 시작된 금강산 관광은 195만 명이 참가할 정도로 인기를 끌면서 대표적인 남북 경협사업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2008년 7월 관광객이 북한군의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중단됐다. 북한은 2010년 4월 정부 자산인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와 소방서, 한국관광공사 소유의 문화회관과 온천장·면세점, 현대아산과 협력업체의 부동산을 몰수하고 이듬해부터 자체적인 관광사업을 시작했다. 만경봉호를 활용해 나진과 금강산을 오가는 해상관광을 벌였고, 올 들어서는 싱가포르의 대형 유람선 황성호를 도입해 지난달부터 운영에 나섰지만 성과는 신통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이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선결과제가 남아 있다. 북한이 98년 현대그룹에 줬다가 2011년 박탈한 ‘50년 독점 개발권’을 부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또 관광객의 신변안전 보장과 재발방지책도 정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 남북 양측은 2010년 2월 개성에서 만나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합의서 초안을 만들었지만 천안함 피격(2010년 3월) 등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면서 없던 일이 됐다. 그나마 유지되던 개성공단마저 올 들어 폐쇄되면서 현대아산의 타격은 배가됐다. 현대아산은 개성공단 내 토지 2000만 평에 대한 개발권과 수백억원의 유형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북한의 대화 제의는 회사 입장에서는 가뭄 끝의 단비인 셈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개성공단 정상화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공단을 조속히 정상화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해 주기를 바란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한재권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추가 피해를 줄이고 재기에 나설 수 있도록 장마철이 시작되기 전에 공단을 찾아 기계·설비 상태를 점검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올 4월 초 잠정폐쇄 때부터 두 달 이상 공장을 가동하지 못해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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