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애플 특허전, 오바마의 딜레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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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한 애플 제품의 미국 내 수입이 금지되면 애플이 최고 20억 달러(약 2조2000억원)가 넘는 매출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5일(현지시간) 미국계 투자은행(IB) 제프리스의 피터 미섹 연구원은 “이번 판정이 확정되면 애플은 약 10억~20억 달러의 매출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앞서 4일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는 통신 표준특허를 둘러싼 애플과 삼성의 특허 분쟁에서, 아이폰4 등 애플의 일부 구형 제품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판매 금지 품목 가운데 아이폰4는 첫선을 보인 지 3년이 지났어도 보급형 시장에서는 여전히 잘 팔리는 품목이다.

 정보기술(IT) 전문 컨설턴트인 피터 코핸 역시 이날 자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ITC 판정이 확정되면 아이폰 부문에서만 올해 최소한 10억 달러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다가 무형의 손실은 더 크다. 미국 언론들은 삼성의 이번 승리로 애플이 당장의 매출 손실보다는 기업 이미지에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분석했다.

 주사위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손에 넘어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ITC의 판정 때문에 앞으로 60일 내에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애플 제품의 미국 내 판매를 금지하도록 한 ITC의 판정을 뒤집을 수 있다. 반대로 대다수 전임 대통령처럼 ITC의 결정을 그대로 따를 수도 있다. 지금까지 1916년 ITC 설립 이래 미 대통령이 ITC의 결정을 뒤집은 경우는 다섯 차례에 불과하다. 법률회사 질버버그&크누프의 무역분쟁 전문가인 수전 콘 로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한쪽에는 큰 타격”이라고 말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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