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애니] 색다른 두 작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6면

2003년 4월 25일. 이날이 한국 애니메이션 '부활의 날'로 기록될 것인가. 이날 주목받는 두 작품 '원더풀 데이즈'(감독 김문생.90분.이하 원더풀)와 '오세암'(감독 성백엽.75분)이 동시에 개봉된다.

지난해 1월 11일 개봉한 '마리 이야기'(감독 이성강)가 지난 6월 프랑스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장편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이후 처음 나오는 작품이다.


미래의 지구를 배경으로 세 젊은이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공상과학물 '원더풀 데이즈'(사진왼쪽). 자연속에 사는 소년 길손이의 천진무구한 마음을 그린 '오세암'(사진오른쪽).

두 작품은 여러 모로 대비된다. '원더풀'이 1백26억원이라는, 한국 애니메이션사상 최대 금액이 투자된 대작이라면 '오세암'은 15억원이라는 초저예산으로 만들어졌다.

'원더풀'은 2142년 황폐화한 미래의 지구를 배경으로 세 젊은이의 엇갈린 사랑과 우정을 장쾌한 화면에 그려낸 공상과학물이며 '오세암'은 동화작가인 고 정채봉씨의 원작을 바탕으로 자연 속에서 사는 소년 길손이의 천진무구한 마음을 그린 한편의 수채화 같은 작품이다.

"'원더풀'의 타깃층이 영 어덜트(Young Adult)인 만큼 관객층이 비슷한 '매트릭스2'보다 먼저 바람몰이를 하기 위해 이날을 개봉일로 잡았다"는 것이 제작사인 틴하우스의 황경선 프로듀서의 얘기다.

'오세암'을 만들고 있는 마고21의 이정호 대표는 "가족물인 '오세암'의 특징을 살려 공휴일 및 초등학교 현장체험 학습기간이 몰려 있는 5월 1일부터 10일까지 기간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현재 두 작품 모두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원더풀'은 현재 한 장면의 합성작업만 남아있다.

세 남녀 주인공의 목소리 연기는 배역별로 4, 5명씩 후보들의 녹음을 마쳤으며 최종 낙점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5분간의 예고편이 이미 인터넷(www.wonderfuldays.co.kr)을 통해 나가고 있으며 이번 주말부터 전국에서 볼 수 있다.

황경선 PD는 "북미 및 유럽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오는 22일부터 사흘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사회를 열 예정"이라며 "일본 배급계약은 그 이후에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엔터테인먼트 에이라인을 통해 최고 전국 2백개 극장에서 개봉이 추진되고 있다.

'하얀마음 백구'의 제작진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오세암'(www.anioseam.com)은 이달 말까지 필름작업을 마치고 3월 말까지 사운드 등 후반작업을 마무리짓는다는 계획이다.

이정호 대표는 "당초 애니메이션 전용관에서만 상영하기로 한 계획을 바꿔 배급사인 시나브로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전국 50개 극장에서 개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색깔이 다른 두 작품이 얼마나 한국 애니메이션 붐을 일으킬지, 그래서 한국 애니메이션에 투자해도 괜찮은 것인지 궁금해하는 투자자에게 얼마만큼 신뢰를 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정형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