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실홍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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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따르릉」언제들어도 반가운 우체부의 자전거「벨」소리에 튕기듯 뛰어나갔다. 낮익은 우체부아저씨가 빙그레 웃으며 하얀봉투를 내밀었다. 눈에익은 그이의 글씨다. 우체부아저씨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재대로 못하고 뜯어보기에 바빴다. 편지를 읽어가는 동안 가슴이 마구 뛰었다. 그이가 이번3급 공무원 시험에 2등으로 합격하였으며 수일내로 우리집을 방문하시겠단다.
○…그이와 사귀게된 것은 2년전 모 일간지에 내글이 실린뒤였다.
그동안 여자의 좁은 마음이라 숱한 오해도 많았지만 그럴때마다 그이의 넓은 아량으로 우정은 두터워만 갔다. 하지만 아직 한
번도 만날수없었다.
점신 식사때 아빠와 엄마에게 말씀드렸더니 퍽 기뻐해주셨다.
저넉나절 세수를 한뒤 거울을 유심히 들여다 보았다. 꼴이 말이아니다. 구릿빚으로 그을은 얼굴에 한번도「고데」맛을 못본 머릿결….
○…오늘밤 부터라동「마사지」를 매일하고 미장원에라도 드나들어야지. 옷은 무엇으로 할까? 투피스? 원피스? 아니 그것보단「미니·스커트」의 물결속에만 휩쓸린 그이에게 하늘색한복을 날아갈 듯이 입고, 아직도 고전미가 건재하다는 것을 알려드려야겠다. 그러나 이렇게 기쁨만이 아닌불안함이휩쓴다. 기쁨과 불안이 서로 엇갈리는 기다림의 여심. 이런 것이 행복에의 길목이라는 것일까. 어쩐지 하루해가 긴것처럼 느껴진다. <홍정이·강원도 삼척군 북평읍 효가리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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