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방향의 재선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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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농림부는 농정의 기본방향을 다시 바꾸기로 결정한 모양이다. 경제작물 및 축산위주의 기업농·단지농업육성을 기본으로 삼겠다던 근래의 농정방향이 다시 종래의 미맥농주축의 식량자급체제로 재선회한 듯하다는 것이다. 즉 지난 31일 농림부 고위당국자가 시사한바에 의하면, 그동안 기업농체제의 확립을위해 농지소유상한제를 없애고 자영농이란 모호한 개념의 소작체제를 부활시키려 했던 농림부가 연이은 흉작때문에 예견되는 심각한 식량위기를 감안했음인지 다시 미농주축으로 농정을 바꾸기로 했다고 전한 것이다.
본난은 기업농·상품생산농업체제와 식량자급체제 사이에는 보완적인 관계보다도 택일적인 관계가 더지배하기 때문에 우리의 여건하에서는 기업농 위주의 농정이 비현실적인 것임을 누누이 주장한바있다.
더군다나 연2년째 거듭되는 흉작때문에 식량문제가 심각한 당면문제로 「클로스·업」됨에 따라서 농정이 다시 미맥중심체제로 바뀌게 되었음은 당연한 이치라 하겠으나 이기회에 우리가 강조하지 않을 수 없는것은 이나라 농업의 본질을 너무나도 외시한채 그때그때 농정의 근본이 자주 흔들려서는 안되겠다는 것이다.
더말할것도 없이 우리의 농업은 영세농을 본질로하는 생존농업이므로 자본제적 기업농의 성립은 사실상 일반화할수 없는것이며, 때문에 미맥농업은 어찌할 수없는 숙명이라 할것이다. 따라서 미맥을 주축으로 하는 식량자급체제 위주의 농정방향을 인위적·제도적으로 무리하게 전환시키려는 노력은 적어도 우리가 내다볼수 있는 한, 도노에 가까운 것이라 할것이다.
이농림은 농정의 방향전환과 더불어 새로운 식량증산계획을 구상하고있는 것 같은데 미맥중심의 농업에 「비약」이란 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 그로서는 미맥중심농업의 지루함을 어떻게 참아갈수 있는가가 문제라 할 것이다. 그는 미맥의 증산률을 연평균 10%씩으로 잡아 단보당 수확고를 일본수준까지 인상시켜 71년에는 쌀생산을 4천만석 수준으로 올린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그것은 농업이론으로보나 농업기술면으로보나,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집념일것이다. 71년에 가서 농토를 완전히 전천후화하고 가격을 안정시키면 연률10%의 증산이 가능하다는 판단하에서 그와같은 의욕적인 목표를 세운듯하나, 그것은 세가지 점에서 지상계획으로 흐를 공산이 크다 할 것이다.
첫째 71년까지 전농토를 전천후화하려면 그에 소요되는 농업투자는 천문학적숫자가 될것이며, 따라서 제2차 5개년계획의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다. 실상 그러한 투자배분의 양본적 변경이란 불가능한 일일뿐만 아니라, 또 설사가능하다 하더라도 비경제적임을 면할 수 없을것이다.
둘째 비록 전천후 농업체제를 구현시켰다 하더라도, 농업기술향상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연률10%의 미맥생산증가율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농업기술수준의 일반적향상이야말로 농업정책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이므로 단시일내에 이를 기대한다면 그것은 근본적인 오산의 원인이 될것이다.
끝으로 서상한 모든것을 가능하다고 전제하더라도 농산물 가격의 획기적인 인상을 보장하지 않는한 농업생산의 10%성장을 기대할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71년까지 농업생산을 자극할 수 있을만큼 농산물 가격을 올려줄 수 있는 전망은 조금도 서지 않는것이다. 왜냐하면 연이은 흉작으로 막대한 외곡이 들어오지 않을수 없게 된 현하실정밑에서 자원상으로보아 농산물 가격을 보상할 여유가 있을리 없고, 그 여파가 71년대까지에는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지금과같은 저곡가 정책조차도 그것이 수확기의 곡가하락을 방지하지 못할정도로 약한 형편인데 하물며 연률 10%의 증산을 71년까지 기대할 수 있을만한 가격정책을 집행할 능력은 없다고 봄이 옳을것이다.
요컨대 농정의 미맥중심체제로의 복귀는 환영하는바이나 연률10%의 증산을 기대하는 급진적 농정은 오히려 좌절감의 원인이 될수도 있는 것인즉, 끈기있고 실행가능한 농정의 집행을 지루하지만 밀고나갈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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