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이승엽 한 방, 최형우 또 한 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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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엽이요? 그냥 두면 됩니다.”

 김성래(52) 삼성 수석코치는 최근 이승엽(37·삼성)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대답은 한결같다. “이승엽은 스스로 해답을 찾는다”는 것. 이승엽은 한결같다. 류중일(50) 삼성 감독은 “홈 경기 때 가장 먼저 경기장에 나오는 선수가 이승엽이다.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한다. 그리고 정말 중요할 땐 결국 승엽이가 해준다”고 했다. 삼성 코칭스태프도 시즌 초 부진한 이승엽에 대한 고민이 있다. 그러나 늘 이승엽을 3번 타자로 기용하며 스스로 해결할 기회를 줬다.

 이승엽이 22일 만에 홈런을 쳐냈다. 꽤 길었던 침묵. 무척 중요한 순간에 특유의 경쾌한 스윙이 나왔다. 이승엽은 2일 대구 롯데전에서 0-2로 뒤진 3회 말 1사 1·2루에서 상대 선발 김수완(24)의 초구 시속 123㎞짜리 포크볼을 공략했다. 타구는 빠르게 날아가 우측 외야석에 꽂혔다. 5월 11일 포항 KIA전 이후 22일 만에 터진 시즌 4호 홈런이다. 이승엽은 통산 349호 홈런으로 역대 최다 홈런(양준혁·351개)에 2개차로 접근했다.

 롯데는 7회 초 한 점을 얻어 3-3 동점을 이뤘다. ‘이승엽의 후계자’가 나섰다. 최형우(30)는 8회 말 이명우(31)의 139㎞짜리 몸쪽 직구를 잡아당겨 우월 담장을 넘어가는 결승 솔로포를 쳐냈다. 이승엽과 최형우가 같은 날 홈런을 친 것은 4월 10일 대전 한화전 이후 53일 만이다.

 이승엽은 8년 동안의 일본 생활을 마치고 2012년 삼성에 복귀하며 “최형우는 정말 천재다”라고 치켜세웠다. 최형우는 2011년 타율 0.340(2위)의 정확도를 과시하며 홈런(30개)·타점(118개) 부문을 석권했다. 이승엽은 ‘현 삼성의 4번 타자’를 예우했다. 그리고 스스럼없이 후배에게 조언을 구했다. “윤석민(KIA)은 어떻게 공략하면 되나. 불펜 투수 중에는 누가 강한가.” 최형우는 “(2003년) 한 시즌에 56개의 홈런을 친 대타자가 끊임없이 연구하더라. 승엽이형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많이 배웠다”고 했다.

 이승엽은 1일 롯데전에서 1-2로 뒤진 8회 말 기습번트를 시도했다. 결과는 파울. 그는 “이승엽의 홈런을 기대하는 팬께서는 싫어하실 수도 있다. 그러나 팀이 지는 경기에서 나오는 홈런은 의미가 없다. 파울이 됐지만 나는 그런 시도라도 하면서 팀과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승리를 위한 안간힘. 이승엽은 2일 ‘주종목’ 홈런으로 5-3의 승리를 이끌었다.

 삼성은 넥센과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넥센은 이날 두산에 4-11로 패했다. 한화는 외국인선수 한 경기 최다 탈삼진을 기록한 바티스타(8이닝 4피안타·1실점·14탈삼진)의 활약으로 5-1 승리를 거뒀다. 0-4로 뒤진 9회 초 동점을 만든 LG는 10회 초 문선재의 적시타로 5-4로 승리, 5연승을 달렸다.

대구=하남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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