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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구의원 외유 추태, 언제까지 봐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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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성북구의회 의원들이 터키 외유 중 이스탄불의 번화가 한복판에서 싸움을 벌인 사실이 알려져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싸움의 양상은 목격자의 전언과 본인들의 해명에 차이가 있다. 목격자들은 의원들끼리 멱살을 잡고 육박전 직전까지 갔다고 하고, 장본인들은 그냥 말싸움이었다고 주장한다. 싸운 이유는 숙소에 대한 불만과 호텔의 방 배정을 둘러싼 갈등 때문이었다고 한다. 여행의 목적이 공적인 게 아니라 관광이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 외유엔 구의원 22명 중 18명이 참가하고 있었으며, 일정은 7박9일이다.

 지방자치단체 의원들이 외유 중 추태를 보인 사실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 지난 3월엔 인천 지역 구의원들이 싱가포르를 방문해 술을 먹고 고성을 지르며 추태를 부려 호텔 투숙객들이 항의하는 소동이 빚어졌으며, 동행한 공무원들이 호텔 측에 사과해 일을 무마했던 일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 밖에도 기초자치단체 의원들의 부적절한 외유와 해외에서의 추태 소식이 들리지 않는 해가 없을 지경이다.

 구의원의 해외방문은 다른 나라의 도시행정이나 문화 등을 벤치마킹하고 안목을 키워 이를 구 행정의 발전과 다양화에 접목하는 등 건설적 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구의원들의 해외방문은 명목만 벤치마킹·해외연수였을 뿐 관광성 외유라는 고질적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과거 기초의회 출범 당시 구의원들이 무보수 명예직이었다는 점에서 해당 자치단체마다 연간 한두 차례씩 노고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해외관광을 보내주고 대충 눈감아주는 관행이 있었다. 그러나 2003년 보수규정이 개정된 후 의정비가 지급되고, 서울시의 경우 구별로 차이는 있으나 연 5000만~6000만원 정도의 연봉을 받게 되었는데도 관광외유 행태는 고쳐지지 않았다. 구의원들도 애초에 이렇게 관광 가는 마음가짐으로 나서다 보니 해이해져 추태가 잇따르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볼 때다. 그리고 혈세를 낭비하는 이 같은 관광성 외유 관행도 이젠 고쳐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