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주 마시면서 식스팩? 술 먹은 다음날도 유산소 운동 안 걸러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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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동안 10㎏을 감량한 김현욱 아나운서가 헬스장에서 근력운동을 하며 웃고 있다. [김수정 기자]

폭탄주를 마시며 식스팩(복근)을 만들 수 있다? 다이어트에 실패해 본 사람이라면 귀가 솔깃할 얘기다. 다이어트에는 여러 단서 조항이 붙는다. 저녁 6시 이후에 먹지 말 것, 닭 가슴살과 채소만 먹을 것, 규칙적으로 운동할 것, 술자리는 무조건 피할 것 등이다.

 하지만 ‘먹을 땐 먹고 마실 땐 마시면서 살을 빼라’고 나선 이가 있다. 바로 김현욱(42) 아나운서다. 1년 전만 해도 그는 볼록한 몸매 탓에 ‘아나운서계의 슈렉’으로 불렸다. 그러던 그가 지난해 프리랜서 선언을 앞두고 3개월 만에 10㎏을 감량했다. 그것도 틈틈이 폭탄주를 마시면서다. 풍만했던 배에는 식스팩이 생겼다.

직장인 위한 12주 프로그램 소개

김 아나운서는 자신의 다이어트 노하우를 담은 책 『폭식 다이어트』를 펴냈다. 부제는 ‘폭탄주 마시면서 식스팩 만들기’다. 임종필 퍼스널트레이너와 함께 ‘직장인을 위한 12주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고효율 운동법 ‘글래디에이터 서킷 프로그램’과 저칼로리 다이어트 덮밥 레시피 17가지 등을 담았다.

 지난달 27일 만난 김 아나운서는 “아나운서도 얼굴이 알려졌을 뿐, 직장인이다. 다이어트 한다고 회식 자리를 빠질 수도 없고, 부장이 건네는 술을 거부하기도 힘들다. 직장인의 심정으로 직장인을 위한 현실적인 맞춤형 다이어트를 소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폭식 다이어트의 핵심은 무엇일까. 김 아나운서는 “다이어트를 할 때 ‘뭐는 먹지 말자’ ‘이건 하면 안돼’라고 제한하면 중간에 포기할 확률이 높다”며 “폭식 다이어트는 3개월 동안 먹을 건 먹고 즐기되, 기본적인 원칙만 반드시 지키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 원칙은 ‘아침에는 평소 먹고 싶었던 음식 먹기’ ‘일주일에 4회 이상 운동하기’ ‘술자리에 참석하되 다음 날 무조건 운동하기’ 등이다.

 원칙대로 김 아나운서는 아침에 라면을 끓여먹거나 치킨·피자·짜장면 등을 마음껏 먹었다. 폭식 다이어트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대신 점심 식사는 밥(탄수화물)의 양을 줄이고, 채소가 가득 들어있는 저칼로리 덮밥류를 선택했다.

 퇴근 후에는 바로 헬스장으로 향했다. 술 약속은 무조건 저녁 8시 이후, 헬스장 근처로 잡았다. 술을 마시더라도 운동부터 하고 마셨다. 그는 “운동은 가벼운 유산소운동 10분, 스트레칭 5분, 근력운동 40분, 유산소운동 30분, 마무리 스트레칭 5분 순서로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고강도로 집중해서 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먹고 마신만큼 운동으로 덜어내는 게 원칙

운동이 끝나면 저녁 식사는 단백질보충제 한 잔과 크레페(얇은 팬케이크), 방울 토마토로 간단하게 때웠다. 하지만 소문난 애주가인 그는 술자리로 향할 때가 많았다. 대신 술 마신 다음 날 아침엔 공복 상태로 유산소운동을 거르지 않았다. 그는 “폭탄주를 실컷 마신 다음 날 실내 자전거를 타려니 속이 뒤집어지고 난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폭식 다이어트는 먹고 마신만큼 운동으로 덜어내자는 게 기본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원칙을 지키면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신 스스로 절제하게 된다는 게 김 아나운서의 설명이다.

 이 같은 3개월 동안의 폭식 다이어트 끝에 김 아나운서는 ‘슈렉’에서 ‘몸짱’으로 거듭났다. 그는 “몸매에 대한 자신감이 모든 일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자, 어떤 것이든 해내지 못할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당당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김 아나운서는 중년 남성들에게 이런 명제를 던졌다. “사람은 마치 지문처럼 유전적으로 다른 모양의 복근을 갖고 있다. 그런데 대다수가 자신의 복근 모양을 확인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 남자들이여, 죽기 전에 당신의 복근을 확인하라. 김현욱도 했는데, 당신이 못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오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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