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팬들의 불교 체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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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종은 부처의 목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낸다고 알려져 있으며 시간을 알리거나 승려들을 소집하는 데 이용된다.
한국에서 절정에 달한 축구 축제에 싫증을 느끼거나 대도시의 비싼 숙박비에 부담을 느끼는 축구 팬들은 숙소를 불교에서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수십개의 불교 고찰이 불교신도가 아닌 일반인과 외국인에게 문을 열었다. 이는 한국에서 그 전례를 찾을 수 없었던 일이다.

축구팬들은 '템플스테이'라고 불리는 이 색다른 문화체험의 기회를 한국의 가장 아름답고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33개의 사찰에서 만날 수 있으며, 스님들의 하루 일과 중 주요 부분을 간추린 불교식 생활도 체험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축구팬들은 영혼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뿐 아니라, 독특한 체험을 할 수 있고 나아가 한국 문화 유산의 심장에서 종교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된다.

이미 월드컵 기간인 한 달 동안 3백명 이상이 예약한 상태며, 사찰에 머문 방문객의 반응을 종합한 뒤 사찰 체험 프로그램은 정규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게 될 예정이다.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사찰은 5만원(6명 이상이 함께 쓸 경우에는 더 저렴하다)에 1박과 채식으로 구성된 식사, 명상, 다도와 같은 불가의 수행, 사물놀이 그리고 간단한 연 만들기 등의 체험을 숙박객에 제공한다

엄격한 사찰 생활 규율

삼광사는 부산의 전경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백양산 기슭에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사찰 체험이 모두에게 맞는 프로그램이 아닐 수 도 있다. 미국인 부부인 존과 사만다 하그리브스는 모든 투숙객이 불가의 규율을 따라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존은 그의 부인과 항만 도시 부산에 소재한 천태종계의 삼광사에서 하루를 머문 뒤 "우리는 저녁 10시에 잠자리에 들어야 하고 동이 트기 전에 기상해야 했다. 물론 이것은 다소 힘든 일이었지만 그럼에도 삼광사에서의 투숙은 우리가 한번도 겪어 보지 못한 매우 훌륭한 경험이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모든 사찰이 삼광사처럼 엄격한 규율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찰은 투숙객이 자정전에 잠들고 새벽 5시까지 명상을 위해 기상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두꺼운 이불 등 편의 시설에는 추가 비용이 들고 투숙객은 돗자리에서 잠자게 된다. 기초적인 편의 도구만 제공되며 숙소에서 텔레비전으로 월드컵을 시청하려는 관광객은 사찰에서 머무려는 생각을 바꾸는 것이 좋다.

사찰에서의 생활 예절

투숙객들은 사찰에 머물기 위해 선복을 입는 법, 의례 인사법, 올바른 명상자세, 그리고 주어진 음식을 모두 먹는 발우 공양 등의 사찰 내 예절을 교육받는다.

잛은 핫 팬츠나 향수, 이성 간의 성적인 접촉 등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제약들은 색다른 정신적 경험으로 보상될 수 있다.

조계사 부주지 일출 스님은 "외국인 투숙객들은 사찰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하룻밤의 사찰의 체험을 통해 그들은 한국 문화와 불교 문화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불교계에서는 템플스테이를 월드컵이 끝난 이후에도 한국의 역사를 알리기 위해 계속 할 예정이다.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추진한 이고은씨는 "한국에는 장구한 역사가 있다. 우리의 문화 유산은 불교 문화 유산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만약 외국인이 사찰에서 하루를 머문다면 그들은 한국의 문화 유산을 맛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최고급 호텔에서 저렴한 호스텔에 이르기까지 월드컵 팬들은 다양한 종류의 숙소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템플스테이는 철저한 무신론자에게까지 영혼의 양식을 제공하길 희망하고 있다.

BUSAN, South Korea - Andrew Demaria (CNN)
박치현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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