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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할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영화화되어 우리나라에서도 상영된 적이 있던「어스킨·콜드웰」의 소세 「작은묘지」 에서 10여년을 두고 노다지를 캐내려는 주인공이 자기 땅을 모조리 파 나갔다. 이때 그가 이용하는 것이 「Y」 자로 생긴 굵직한 버드나무가지다. 이 가지의 위쪽을 두 손으로 쥐고 천천히 걸어가면 금광이 있는 곳에선 손이 떨리고 나무가지가 아래로 굽어든다. 그러나 아무리 그런델 파도 광맥이 나오지 않는다.
이것이 미국인가 싶도록 가난과 추악속에서 허덕이는 사람들의 문명을 등진 삶의 모습을「리얼」하게 그렸다 해서 이 소설은 유명하지만 그 「Y」자 버드나무가지는 옛 애란같은 데서는 자주 물길 찾기에 이용되고 있었다.
최근에 남해 통영지방에서 화제거리가 되고 있는 「우물할매」도 이「Y」자 버드나무가지를 이용해서 수맥을 찾아내고 있다한다. 그리고 이 비법을 6년전 에 서독으로 떠난 어느 신부에게서 배웠다니까 그 유래를 알만도 하다.
마술에 가까운 이 원시적인 비법에 기대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개화되지 못한 때문이기도 하겠다. 그렇지만 그런 것에까지 기대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심각한 게 특히 호남일대를 휩쓸고 있는 가뭄이다.
중부일대나 영남지방은 그래도 지난장마로 갈증은 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곡창지대라는 호남에서는 계속되는 가뭄으로 5백년 묵은 노송이며 고구마 콩들이 모두 타 죽어가고 있다. 광주시내 급수도 「올·스톱」이고 우물도 1할 이상이 메마르고….
이런 아우성 속에서 아직도 당국은 종합적이고 적극적인 한해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니 너무 소걸음 질 하는 것 같기만 하다.
대파자금으로 4천7백만원, 양수기구입자금으로 3천5백만원이 긴급 배정됐다는 것도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그 사이에는 모든 농작이 결딴날지도 모른다.
『소채과실 흔할 적에 저축을 생각하여 박 호박 고 지켜서 외가지 짜게 절여 겨울에 먹어 보소 귀물이 아니 괼까.』
농가월령가에서는 7月을 이렇게 노래하고 있지만 지금의 호남의 농부들에게는 꿈 이야기로만 들릴지도 모른다. 그들은 오히려 현대적인 「우물할매」가 한명이라도 더 많기를 바랄뿐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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