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학과 교수의 센스로 … 아이템 골라주는 서비스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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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품 팔지 않는 쇼핑 문화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 홈쇼핑은 물론이고, 쇼핑 갈 시간이 없는 바쁜 현대인의 생활 패턴을 따라 나온 ‘맞춤형 구독 쇼핑’도 인기를 끌고 있다. 화장품, 식재료 등 특정 상품군(群)을 모아 파는 업체에 돈을 내고 등록하면 매달 추천 상품을 보내주는 ‘서브스크립션 서비스’(subscription service)다. 2010년 미국에서 시작해 몇 년 새 급성장하는 쇼핑 형태로 우리나라에선 2011년 시작돼 빠르게 퍼지고 있다. ‘미미박스’ ‘글로시박스’ 등이 대표적이다. 매월 견본 화장품 몇 개를 골라 소비자에게 보내주던 게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엔 액세서리·셔츠 등 스타일 분야, 식재료·애견용품·유아용품 등으로 상품 분야도 넓어지고 있다.

최근 홍익대 패션디자인학과 간호섭 교수가 큐레이터로 참여한 구독형 상품 판매 사업, ‘바이박스’도 그중 하나다. 이달의 주제에 맞는 액세서리를 패션 전문가 간 교수가 골라서 ‘추천 아이템’으로 보내주는 컨셉트다. 특정 분야의 유명 전문가를 내세운 구독형 쇼핑은 바이박스가 처음이다. 5월 주제는 ‘모임’, 6월은 여름 분위기와 어울리는 ‘마린 룩(사진)’, 7월은 ‘바캉스 룩’하는 식으로 간 교수가 박스 내용품을 선별한다. 홈페이지를 통해 어떤 상품을 보내줄지를 미리 알려준다. 간호섭 교수는 “제품력은 좋지만 알려지지 않은 신진 디자이너의 상품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최근 트렌드에 맞게 박스를 구성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주력 품목이 액세서리여서 매달 주제에 맞게 활용법을 소개한다”며 “패션 잡지 화보처럼 찍은 사진과 함께 연출법을 소비자에게 구체적으로 알려줌으로써 구매에 도움을 주려 한다”고 밝혔다.

원래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는 ‘깜짝 선물’ 같은 성격의 쇼핑법이다. ‘바이박스’와 달리 박스를 열기 전까진 상품 구성을 미리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5개월째 화장품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를 이용 중인 박선희(35)씨는 “이번 달 상자 안에 뭐가 들어 있을까 기다리는 즐거움이 있다”고 했다. 반면에 돈은 미리 내고 ‘과연 값어치 있는 물건을 받게 될까’ 걱정하는 소비자도 있다. 지난달 한 화장품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를 해지한 윤효정(39)씨는 “3달 동안 받아 봤는데, 한 달 1만5000원이란 금액에 비해 만족도가 높지 않았다”고 해지 사유를 밝혔다. 그는 “신상품을 발 빠르게 써보고 싶은 사람, 갖가지 화장품을 체험해 보고자 하는 소비자에겐 좋을지도 모르지만 나처럼 좋은 제품 하나 추천받아 쭉 쓰고 싶은 사람에겐 별로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케팅 전문가 김민정 실장(비주크리에이티브)은 “구독 쇼핑을 경험해 본 소비자가 늘어날수록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와 눈높이에 맞춰 특화한 상품 구성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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