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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 청계천 걱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한재(旱災) 걱정이 가시기도 전에 서울에서는 벌써부터 물난리로 야단이다. 불안감이 생기고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은 사방이 산으로 둘려 요지(凹地)로 되어 있기 때문에 매년 여름철이 되면 사방에서 쏟아지는 물이 청계천으로 모이고 서울 한복판을 흘러 「오간수」다리「살꼬지」다리를 거쳐서 한강에 합류된다. 폭우가 몇시간만 쏟아지면 장안은 물난리를 겪는 것이 오래전부터의 일.
이조시대에는 청계천에 크게 관심을 가지고 전문으로 다루는 준천도감(俊川都監)을 두어서 항상 주의를 기울여 수시로 복사 (覆沙) 를 파올리기도 했다. 파올린 모래가 산을 이뤄 조산(造山)이라고 불리었고 그것이 지금 청계천 5가에 있는 명화시장 건물자리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 청계천이 삼청동에서 오간수다리께까지, 다시 「영미다리」아래까지 전부 복개되어 토목기술의 안심도가 어느정도나 되는진 모르지만 하수구가 막혀 대수롭지도않은 비만 쏟아 져도 군데군데서 물난리를 겪는 실정이고 보면 장마철이 다가오면서 걱정이 안될수가 없다.
토목기술이 매우 발달한것으로 당국과 기술진을 믿고는 싶지만 억세게 흘러내리던 청계천 물이 다 어디로 수배가 되는것일까 걱정스럽다면 늙은이의 쓸데없는 기우 (杞憂) 로 그칠까. 서울의 배수사정은 예사로 넘겨서는 안될일이고 과거의 물난리를 겪어본 경험에 비추어서 되풀이되는 물난리로부터 해방됐으면 싶어지는 마음 자꾸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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