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진드기'란 표현은 잘못 … SFTS 바이러스가 주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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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명돈

“처음엔 (털진드기에 의한) 쓰쓰가무시병 치료법인 항생제로 시작했어요. 환자의 혈소판 수치가 급격히 떨어져 수혈했지만 곧 의식을 잃었습니다. 호흡곤란이 와 기계호흡을 시키고 신장 기능이 나빠져 혈액 투석까지 했어요. 하지만 여러 장기가 망가지는 다(多)장기 부전이 왔습니다. 당시 63세이던 여성 환자 박모씨 얘깁니다. 지난해 8월 3일 발병해 우리 병원엔 8일 도착했고 손 쓸 새도 없이 12일 숨졌습니다.”

 최근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으로 인한 국내 첫 사망자 사례를 발표한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오명돈(55) 교수는 “환자의 증상은 기존의 감염병 환자와는 확실히 달랐다”고 회상했다.

 그는 박씨의 증상이 1년 전 ‘진드기에 물린 환자 일부가 숨졌다’는 중국 학자들의 연구 결과와 비슷하다고 봤다. 환자 혈액 일부를 연구실에 보관한 것은 그래서다.

 오 교수는 “당시엔 진단법이 없어 무슨 병인지 밝힐 수 없었지만 나중에라도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 혈액을 남겨뒀다”며 “일본에서도 보관된 환자 혈액을 통해 병의 원인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박씨의 혈액에서 분리한 바이러스와 중국인 SFTS 환자에서 검출된 바이러스의 염기 서열(순서)을 비교했다. 염기 순서가 99%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곤 이를 최근 대한화학요법학회에 발표했다. 또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가 발행하는 전문지인 ‘신생 감염병(Emerging Infectious Disease)’에 관련 논문을 제출했다.

 오 교수는 “국내에서 발견되는 진드기의 대부분이 작은소참진드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대 수의대 채준석 교수팀이 제주·전남·경북·경남에서 채집한 진드기 4077마리 가운데 2916마리(72%)가 작은소참진드기였다. 방역당국 발표에 따르면 국내에서 서식하는 작은소참진드기의 0.4%가 SFTS를 일으킨다.

 오 교수는 ‘살인 진드기’란 표현은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진드기는 병을 옮기는 매개체일 뿐이며 실제 병은 SFTS 바이러스가 일으킨다”며 “모기가 열대열 말라리아를 옮긴다고 하여 모기를 ‘살인 모기’라고 부르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진드기에 대한 방역은 국내에서 30년 전부터 시작됐으나 쉽지 않다”며 “오죽하면 이름이 진드기겠나”라고 반문했다. 진드기에 대한 대처는 국민 각자가 물리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최선이란 얘기다.

 오 교수는 2001년 지금까지 세계 각국에서 발견된 에이즈 바이러스와 유전자 구조가 전혀 다른 신종 HIV가 처음으로 한국에서 발견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02년엔 당시 유행한 아폴로 눈병의 원인 바이러스를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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