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음란물' 처벌법 위헌 제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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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성인이 교복을 입고 등장한 음란물을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로 보고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북부지법 형사5단독 변민선 판사는 배모(38)씨가 아청법 제2조 5호 및 제8조 2항에 대해 위헌 여부 심판을 신청한 것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제청했다고 밝혔다.

배씨는 성인PC방에서 교복을 입은 여성이 성행위를 하는 장면이 담긴 음란물을 돈을 받고 상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배씨는 성인 배우가 교복을 입고 연기한 것을 누가 봐도 알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로 보고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2011년 개정된 현행 아청법 제2조 5호는 실제 아동·청소년뿐 아니라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해 성교행위, 유사 성교행위, 신체 전부나 일부를 접촉 또는 노출해 일반인의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행위, 자위행위, 그 밖의 성적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한 영상을 음란물에 포함한다. 변 판사는 이 조항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봤다.

현행법대로라면 영화 ‘은교’나 영화 ‘방자전’ 역시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 등장해 음란물로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교’는 교복을 입은 여고생이 나오며 ‘방자전’에 나오는 춘향도 원작소설대로라면 16세의 미성년자다. 변 판사는 또 “이 조항의 모호함으로 인해 수사기관은 필요와 여론에 따라 다른 기준으로 단속할 수 있게 돼 많은 평범한 국민과 청소년까지 수사를 받게 됐다”며 “이는 실재하는 아동·청소년의 성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 취지에서 벗어났다”고 말했다.

 또 아청법 제8조 2항에 대해 과잉 처분이라고 판단했다. 영리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판매·대여·배포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소지·운반하거나 전시 또는 상영한 사람에게 7년 이하의 징역을 규정한 조항이다.

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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