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술사|국내최초의 집대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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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본격적인 한국미술사가 처음으로 집대성해 출판됐다. 고고학자이며 서울대 박물관장인 김원용박사(47)가 5년여 심혈을 기울여 정리해놨다.
『아무리 다 좋은 옛 미술품이라도 번사위원과같은공정한 눈으로 가려내야하는데….』자기것에대한친근감 때문에 과연 자찬을 탈피했는지 염려하는 말이다.
이제까지미술사란 이름의 간행물이 없었던것은 아니지만 역시 개인취미의 감상에 그쳤을뿐.
전체의 흐름속에서 역사적 의의를 살리고 표현양식을 밝히는데 소흘했다. 『개세미술사는 그만 손떼기위해 마지막으로 정리한 겁니다. 이젠 고고학에나 전념하렵니다. 워낙 광범한 분량이라 자료 정리할 시간도 없고 인쇄사정때문에 많이 추렸는데 이것의 3배는 돼야겠죠.』그래도 원색사진35, 혹백과 삽도가각기1백6장. 모두「아트」지에인쇄한 약4백면의 호화판이다. 인접 중국과일본의것과의 비교는 반드시 필요함에도 제외했노라고 김박사는 서운한 표정이다.
대학에서 한국미술사 교재로 쓸만한것조차 없던터에 이번 책은 커다란 수확. 일반독자를위한 해설서는 못되지만 후학이 디딤돌삼아 딛고설 훌륭한길잡이이다. 그가 10년이못가서 낡은게 되리라는 이유인즉 새자료가 계속 쏟아져 나오기때문이다. 더구나 전혀 개척되지않은 이분야의 분류사가 완성되면 대폭 수정이 불가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역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한 미술양식의 발생과소멸은 3백년쯤 지속합니다. 정치적으로 3백년이면 맥빠지게 마련이라, 우리나라 미술사의 시대구분은 왕조별로보아 거의 틀림없읍니다. 다만 그 과도기의 문제는 앞으로도 규명해야되겠지요.』
삼국과 통일신라및 고려가 각기3백년, 호려말에서 임난전까지 3백년, 그리고 이조후기 3백년.
김박사는 이조가 우리나라 미술사상 가장 완숙한시대라고 말한다. 그중에도 도자기와 목공예가 가장한국적이라는 것이다.『한마디로 탈속한 거죠. 작의나 장기가 없어요. 남에게 보이기 위해 만든게 아니고 자기가 느낀 그대로를 자신만만하게 꾸며놨기 때문에 대중과 자기가 한 세계로 돼 있는 겁니다.』
이조 백자의 일그러진 불완전 속에서 완전한 미를 느끼게 한다고한다.
이번 미술사를엮는데 큰고충은 개인 소장품에 대한 것이 었다고 한다. 숱한 중요 자료가 수장가들에 흘어져 있는채 볼수없는것이다. 도록이라도 있었으면 하지만 그건 더욱 까마득한 얘기. 아량을 기대할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범문사간 3천6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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