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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본사·해외법인 비정상 거래 2006년부터 4500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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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CJ그룹이 2006년부터 지금까지 해외법인을 통해 국내 본사와 거래한 금액 가운데 증빙이 되지 않는 ‘비정상 거래’가 연(延) 4500억원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윤대진)는 이런 불투명한 거래가 직접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이를 통해 2세들에게 상속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다목적 카드인 것으로 보고 자금 흐름을 쫓고 있다. 장부상으로는 거래가 이뤄진 것처럼 돈이 오갔지만 실제 물품 거래에 대한 증빙서류가 첨부되지 않았거나 미흡해 비정상 거래라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비정상 거래는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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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CJ그룹의 해외 자금 거래 내역이 추가로 확인되면 비정상 거래액은 더 늘어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는 지난 21일 CJ그룹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재무자료 분석과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통보된 거래 내역 등을 바탕으로 파악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조사 결과, CJ그룹의 비정상 거래는 이전가격(transfer price)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전가격이란 국내 본사와 해외법인 사이에 원재료나 제품, 서비스 등을 조달할 때 적용되는 가격이다. 검찰은 CJ그룹이 법인세율이 낮은 홍콩, 싱가포르, 네덜란드 등의 현지법인에 원재료나 물류, 용역비용 등을 지불하는 과정에서 실제 거래가 없는데 있는 것처럼 위장했거나 규모를 부풀려 대금을 지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본사는 손해를 보는 대신 현지법인 또는 현지법인과 거래한 차명법인에는 이익을 몰아줘 그 돈을 해외 비자금으로 조성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 수사 관계자는 “법인세율이 낮은 나라로 이전가격을 부풀려 세후소득을 극대화하거나 커미션이나 서비스 대금 등으로 위장해 해외 비자금을 마련하는 수법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주말 CJ그룹 재무담당 임직원들을 불러 비정상 거래 내역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임직원들은 일부 거래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대금 지급”이라고 설명했으나 상당수 거래에 대해서는 제대로 소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의 비자금 운용 방식은 세 갈래

우선 중국과 홍콩 등 해외법인(지주회사)의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통한 편법상속 가능성이다. CB는 말 그대로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는 채권이며 BW는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채권이다. 만약 CJ측이 해외법인의 CB나 BW를 이 회장 자녀들에게 인수하게 했다면 ‘뭉칫돈’을 증여할 수 있고 세금도 회피할 수 있다. 직접 상속이 아니라 제3자에게 배정된 이후에 인수한 것이라면 상속세를 물리기도 어렵다. BW의 경우 신주인수권만 따로 떼내 거래하면서 가격을 낮게 책정하면 헐값 증여도 가능하다.

 검찰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CJ는 홍콩에 사료지주회사 CJ글로벌홀딩스를 세우고 여기에 본사가 물심양면으로 돕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금융지주사를 세워 BW나 CB를 발행해 사료법인에 투자하는 구도를 짰다. 한국 본사가 사료지주사를 적극 지원하면 열매는 홍콩 금융지주사의 BW나 CB에 투자한 자녀가 따먹게 된다. 검찰은 이 계획이 현실화됐는지 확인하고 있다. 그동안 CJ가 발표한 공식 자료에도 지주회사를 적극 도운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또 2005년 짜여진 계획의 세부사항이 중간에 일부 수정됐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자금 흐름을 쫓고 있다.

 또 하나는 선대(先代)에서 물려받은 차명 재산의 국내 운용이다. 이미 검찰은 이재현 회장이 어머니 손복남 고문으로부터 받은 500억원대 무기명 채권을 장녀 경후씨와 차남 선호씨에게 증여한 사실을 밝혀냈다.

 마지막으로 해외에서 조성된 비자금의 현지 운용이나 국내 반입이다. 검찰은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의 페이퍼컴퍼니 T사를 통해 CJ그룹이 싱가포르와 홍콩을 거쳐 비자금을 국내에 들여온 뒤 자사주 매입에 사용한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비정상 거래액의 규모로 볼 때 또다른 조세피난처의 페이퍼컴퍼니가 이용됐을 것으로 보고 이를 추적 중이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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