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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암표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경찰은 시민생활환경순화를 위해 얌체족 소멸 작전을 벌이고 있다. 암표상 바가지 상인, 「택시」잡이 등 우리의 주변에는 질서를 그르치는 갖가지 얌체족들이 도사리고 있다. 서울시경은 양체족 신고 센터를 마련하고 강력한 단속에 병행, 피해 시민들의 신고를 바라고 있다. 우리의 생활주변을 정리하고 명랑화하기 위하여는 경찰의 단속보다는 시민 각자가 질서를 존중하는 사고방식이 앞서야 한다. 여기 질서의 낙제점을 파헤쳐 본다.
암표가 등장한지도 10년-없어지기는커녕 직업화되어 가는 경향마저 있다. 대부분이 부녀자인 암표상의 활동무대는 서울역과 개봉극장, 그리고 큰 「스포츠·이벤트」가 있는 스타디움 주변이다. 줄잡아 2백 명이 넘는다.
서울역은 2년 전만 해도 조직이 있어 경찰이 파악한 파만 신촌파 등 10개 파에 95명이 들끓었다. 그러나 지난 l월 서울역 직원의 대폭 이동과 강력단속이 있은 후 조직은 깨졌다. 각 파의 두목은 대구, 부산, 대전 등지로 뿔뿔이 흩어졌다. 지금은 대한여행사 앞의 6명을 비롯 15명이 있을 뿐이다. 서울역 암표상은 극장과는 달라 크게 이익은 못보지만 구정 추석 전날에는 최고 갑절을 받는다고 한다.
올 들어 5월말까지 기차도 암표를 팔다 걸린 사람은 l백35명. 손님에게서 거둬들인 암펴는 1백46장이나 된다. 암표상만을 5년 동안 해 온 꼽새여인(본명 김순옥·44)은 재작년 구정 이래 11번 걸려 문 벌금이 2만원이 넘는다. 그래도 벌이가 좋아 지금도 몰래 암표상을 하고 있다.
이러한 고참 암표상은 얼굴이 알려져서인지 매표 행위를 다방이나 제과점에서 한다. 암표상은 단속에 걸리면 경찰과 특별한 유대(?)가 없는 한 자주 구류 살기 마련이다.
구두닦이 신문팔이 「검」팔이 등도 한몫 끼어 푼돈을 벌려고 하기 때문에 폭력사고가 뒤따르기도 한다. 개봉극장 암표상은 처음엔 조직이 없었는데 요즈음은 조직화되면서 상호 불가침의 활동지역으로 나누어졌다.
12개 개봉관마다 모두 고정 암표상이 있다. 가장 많은 곳이 「파라마운트」, 「스카라」, 명보지역의 60명과 「피카디리」 「단성사」지역의 50명.
단속이 심해지면서 중간상(데도리)이 등장했다. 이들의 수입도 만만찮은 편. 관객 또는 승객을 가장, 버젓이 암표상의 돈으로 표를 사서 1장에 20∼30원씩 더 붙여 넘긴다.
과거엔 역과 극장 직원과 결탁해 무더기로 나올 때가 있었으나 지금은 거의 없어졌다.
개봉극장 암표상은 좋은 「프로」에서 최고 1장에 3백원을 넘게 받고 있으나 값은 때에 따라 다르다. 보스는 개봉 첫날 첫회에 우선 영화를 감상해 흥행진단을 한다고.…
극장 주변의 암표상을 상대로 하는 고리대금업자가 생겨나 이들도 암표 수입 못지 않다는 것.
경찰은 서울역 암표상인을 철도법으로, 극장주변 암표상은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즉결에 돌리고 있으나 근절책은 못된다. 암표 상인들은 멀리서 「택시」타고 온 관객, 절박한 손님을 위하고 「데이트」족의 안타까움을 풀어주기 위해 몇 푼 더 받고 마는데 무슨 죄가 되는냐고 오히려 단속경관을 원망하는 눈치.
경찰 집계에 의하면 올 들어 지난 3월까지 극장 암표상 총 5백건을 적발, 이중 88명을 구류처분, 3백94명은 2천원 내지 5천원의 벌금을 물게 했다.
경찰은 예매제도의 확립과 파는 암표상과 사는 시민을 함께 벌주는 쌍벌죄로 다스려야 뿌리 뽑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으나 시민이 사지 않는데서 이 「필요악」이라 불리는 암표를 없앨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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