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 의원 피격과 미국 위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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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 민주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자인 「로버트·케네디」상원의원은 5일 「캘리포니아」주 예비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직후 「로스앤젤레스」의 「앰배서더·호텔」에서 한 괴한의 총탄에 맞아 중태에 빠져 있다. 「케네디」의원은 그곳 「굿·사마리탄」병원에서 3시간 40분에 걸친 장시간의 수술을 받았으나 그의 회복여부는 아직도 불분명하다고 전해진다.
「케네디」의원의 피습사건은 비단 미국인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충격과 놀라움을 불금케 하였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자랑하는 미국에서 「테러」가 구행함에 대해서는 누구나 두려움과 유감스러움을 표명하지 않음 수 없을 것이다. 먼 과거의 여러 정치적 암살 사건을 단치 하고서라도 지난 4월5일 「마틴·루더·킹」암살의 피살사건과 1963년 11월22일의 「J·F·케네디」대통령의 불행한 피살사건은 아직도 우리기억에 생생한 것이다.
「케네디」의원의 피습사건으로 말미암아 앞으로의 미국대통령선거전의 판국이 어떻게 될 것인가는 2차 3차의 문제가 될 듯하다. 예비선거의 막바지에서 유력한 대통령후보가 거의 치명적인 피습을 당했다는 것은 미국의 전통적인 자유선거자체에 근본적인 회의를 불어 일으키고 있을 뿐 아니라 내의 미국정치 풍토에 적지 앓은 암영을 던질 우려마저 없지 않기 때문이다.
또 「케네디」의원은 월남문제에 이견을 제시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흑인의 민권운동 에 빈곤타파·도시 공해방지 등의 문제에 걸쳐 「전진」을 주장하는 이른바 미국민주대내「진보적인 정치인」으로 간주되었던 만큼 그의 피습은 그와 같은 정책경향에의 위협을 말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J·F·케네디」대통령→고「킹」박사→「케네디」의원에 이르기까지의 피격 사건의 계보를 보면 정책적 면에 있어서 미국의 이른바 「진보적 사고」 는 「테러」의 위협과 저지를 받고 있는 느낌이 없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이번 「케네디」의원의 피습사건과 더불어 무엇보다 지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표면상 일맥상통의 느낌을 주는 범인들의 배경이라고도 할 수 있다. 「케네디」의원을 저격한 범인은 최근까지 「캘리포니아」주 「패사디나」시에 거주해온 「예루살렘」 태생의 「요르단」사람인 당년 24세의 「서한·비샤라·서한」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이 단독범행인지 또는 그 배경이 있는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으나, 만일 그의 배경이 있다면 지금 오리무중에 빠져있는「킹」박사의 저격범수사나 또 여러가지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는 「J·F·케네디」대통령의 저격범의 배후까지도 알아 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러나 사건자초의 규명도 중요하지만 「케네디」의원 피습 이후 세계에 대해서 더럽혀진 미국의 「이미지」를 어떻게 불식할 것인가가 더 큰 문제라고도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현재 미국은 삼중고가 겹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없지 않다. 월남전쟁. 「달러」위기, 흑인폭동 등이 바로 그것이다. 거기에 정치적인 「테러」사건은 미국의 곤혹을 더하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이와 같은 문제 때문에 우리의 우방인 미국이 절망적인 고경에 있다고는 결코 생각 할 수 없다. 미국은 긴 역사를 통해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와 도전에 대결하여 그때마다 더 큰 자신과 용기, 능력 등을 과시해 왔다. 미국은 그와 같은 장해를 극복할 능력과 자원 및 용기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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