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 지자체 '콘도는 기본, 헬스장은 필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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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공무원들의 후생복지가 최근 크게 개선되고 있다.직원용 콘도나 휴양소 운영은 필수고,운동시설이나 PC게임방을 설치한 지자체까지 생겨났다.

지난해 공무원직장협의회가 출범하면서 나타난 풍속도다.처우개선이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일부 지자체에서는 예산부족으로 직장협과 마찰을 빚는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콘도는 기본,PC게임방 설치도= 부산시청 26층 1백87평에는 헬스장·탁구장·단전호흡실·샤워장 등으로 꾸며진 복지시설이 들어서 있다.가장 인기를 끄는 곳은 하루 2백여명이 이용하는 헬스장.매일 오전 5시부터 오전 9시,오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하루 9시간 개방되지만 헬스장에는 공무원들이 항상 줄을 서서 기다린다.

부산시청 헬스클럽 김동균 총무(46·여성정책과)는 “시간에 쫓기는 공무원들이 청사 내에서 땀을 흘릴 수 있어 이용자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며 “면적을 늘려달라고 요구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경남도도 후생관 지하 60여평에 목욕탕·헬스시설·이발소 등을 갖춘 종합휴게실을 만들고 있다.경남도청직장협의회측의 요구에 따라 2억3천여만원의 공사비를 투입한 공사다.도는 또 지리산·설악산 등 전국의 콘도 17개를 구입해 다음달 1일부터 도내 공무원들이 사용토록 조치했다.

강원도는 16평 규모의 직원 휴게실을 곧 오픈한다.5명이던 야간 당직자도 지난해 2명으로 줄였고 그 공백을 청원경찰로 넘겼다.직장협 요구에 따른 조치다.원주시는 여성 공무원이 출산휴가를 가거나 직원이 장기교육으로 자리를 비울 경우 시 예산으로 대리 근무자를 채용하고 있다.

다른 직원이 업무를 따맡아 업무가 과중되던 폐단을 시정한 것이다.산불끄기 등의 강제동원도 최근 사라졌다.

대전시는 10개의 직원 휴가용 콘도를 올해 추가 구입키로 했다.청사 내에 의무실을 설치해 무료 진료를 하기로 했으며,PC게임방도 설치하기로 했다.이를 위해 2억5천만원을 올해 에산에 반영했다.

충북 충주시는 숙직후 다음날 휴무를 의무화했고,청주시는 매주 2차례 열리던 업무보고를 1차례로 줄였다.

이에 앞서 광주시는 지난해부터 분기별 가족동반 테마여행을 시행중이며,이를 위해 하계 휴양소 및 콘도도 운영하고 있다.

이같이 지자체마다 직장협의 출범 이후 경쟁적으로 복지시설을 확충하고 있으며 계속 확산 추세다.

경남도청 직장협의회 이병하회장은 “직장협이 공무원들의 불평·불만을 공식적으로 제기할 수 있어 업무능률 면에서 바람직하다”고 긍적으로 평가했다.

◇지나친 요구로 마찰도=일부 지자체에서는 지자체와 직장협이 갈등을 빚는 등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한정된 예산으로 직장협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북도는 직장협의 휴양시설 확보요구를 ‘추후 검토하겠다’며 일단 유보했다.1억5천여만원의 예산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남도의 한 간부도 “종합 건강검진과 전국 일주 배낭여행 지원 등 지난해부터 직협이 수시로 요구사항을 내놓고 있다”며 “합리적 요구는 가능한 한 들어준다는 방침이지만 한꺼번에 너무 많이 요구해 예산이 따라갈 수 없는 게 고민”이라고 말했다.

한발짝 더 나아가 충북의 일부 시·군에선 직장협이 인사위원회 참여를 요구해 몸살을 앓고 있다.

최병대 한양대교수(행정학)는 “직장협이 ‘이권챙기기’보다는 공무원단체로서의 건전한 비판과 견제기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주=안남영 기자,창원=김상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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