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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북한 사설

북한 한반도 비핵화 의지 밝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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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로 중국을 방문 중인 최용해 총정치국장이 6자회담 복귀 의사를 밝혔다. 2009년 4월 회담 거부 의사를 밝힌 뒤 4년 만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자리에서다. 이로써 지난 몇 달 동안 각종 대남·대미 군사위협으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켰던 북한이 출구를 모색하고 있음이 분명해졌다. 이로써 한반도 주변 정세는 대립과 긴장에서 대화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그러나 북한의 6자회담 복귀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밝힌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드러난 사실만 놓고 보면 최용해의 중국 방문은 지난해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와 올 2월 핵실험을 전후로 냉담해진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주 목적으로 보인다. 시진핑 주석의 미국 방문과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의식한 행보일 것이다. 유일한 후견국인 중국과 사이가 벌어 져 있는 시기에 한·중, 미·중 정상이 만나 한반도문제를 논의할 경우 자칫 북한만 ‘왕따’가 될 수 있다는 걱정이 있었을 것이다. 결국 최용해 특사가 중국 측에 ‘6자회담 복귀’를 말한 것은 중국의 체면을 세워줌으로써 양국 관계를 회복하려는 의도로 봐야 한다.

 지난 2월 핵실험 뒤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는 핵 군축을 위한 대화만 있을 뿐 비핵화를 위한 대화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되풀이 천명해 왔다. 이를 잘 아는 미국은 최용해의 중국 방문 행보를 두고 북한에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을 보이라’고 주문했고 한국 정부도 비슷한 분위기다. 중국도 최용해 특사를 상대로 비핵화를 되풀이 강조했다. 결국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고 나아가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부풀리긴 아직 어려운 상황이다.

 최용해가 밝힌 ‘대화’를 우리가 원하는 ‘비핵화를 위한 대화’로 진전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 측에 보다 강력하게 북한을 설득하도록 주문해야 한다. 동시에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설 경우 다양한 혜택이 있을 것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것도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이 북한이 생존해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할 필요도 있다.

 무엇보다 북한의 현명한 판단이 중요하다. ‘도발을 통한 긴장 고조 뒤 대화 복귀’는 지금까지 북한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되풀이해 온 행태다. 이번에도 같은 계산을 하고 있다면 북한은 궁극적으로 더 심각한 국제적 고립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북한은 하루빨리 비핵화를 위한 의지를 분명히 보여야 한다. 그래야만 최용해 특사가 밝힌 대로 경제 발전, 민생 개선을 위한 외부 환경 조성이 가능해진다. 한·미 양국은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을 보인다는 것을 전제로 북한의 경제발전을 적극 지원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 왔음을 북한도 잘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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