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부장관의 경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21일7부장관이 돌연 갱질되었다. 개각설은 거년말부터 심심치않게 유포되어 왔었으나 그때마다 관변측에선 그것을 부인하기가 일쑤였다.
그래서 보안조치가 철저하게 취해진 가운데 단행된 이번7부장관의 경질은 국민에게 우선 돌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었을것이다.
이번의 장관경질은 그수에있어서 각원의 거의 반수를점하고 있음에서 첫째 상당히 폭넓은경질이었다 할수있을 것 같다. 다시말하면 박대통령이 제6대 대통령으로취임한 이후 내각에 가해진 최대 규모의 손실이었다 할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7부장관경질의 적확한 정치적의의가 무엇인지는 소상히 알려진 것이없고 다만 청와대대변인이 밝힌바에 의하면『정부사업의 효과적인 추진을 위한것』이었다고 해명되고 있을뿐이다. 아닌게 아니라 우리가 보기에도 이번의 장관경질은 큰정치적 의의가 부여될만한 개각이었다기보다는 행정가의 재배치같은 인상이 없지않다. 도시 새맛이나 새얼굴은 찾아낼 수가 없다는 것이 중평이며 우리의 견해도 또한 그러하다.
하지만 한편 대통령중심제하에서의 국무위원의 본래의 위치나 기능을 살펴볼때 국무위원은 엄격한 의미에서 대통령의 보좌역할밖에 할수없을터이므로 행정의역량이 경질의「바로미터」로된것에 일단 수긍이 안가는것도 아니다. 실제로 경질된 장관의면모를 살펴볼것같으면 원숙한행정경험, 업적을 쌓았던 이들이 중용되어 옛자리를 되찾았거나 승진된것을 볼수가있다. 한마디로 새맛은 없으나 행정력량에 기준한 논공행상식 인사발령이었다는 인상이짙다. 물론 이러한 인사는 그동안 박대통령이 고수해온 인사원칙에 기초한것이었다고 짐작되기도한다.
우리는 여기서 이번에 대폭 경질된 각원개개인에 대한 논평은 삼가고자 한다. 그대신 우리는 모든 새 각료들이 지금 침체돼있는 국민일반의 사기를 북돋고 사회에 일진의 신풍을 불어넣어 현재는 비록 어둡더라도 앞날에 밝고 희망에찬 민주국가의 미래상을 바라볼 수 있는 사회기풍의 진작에 솔선수범해 주기를 절실하게 바랄뿐이다.
그것은 지금 우리가 처한 내외정세가 숨가쁜 선회를 거듭하고 있으며, 그것에 대처또는 극복할 우리의 대응자세는 단순한 행정가적울타리의 고수이거나 또는 그 속에서의 안주에만 있을 수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국내적국면만해도 그러하다.
지금 사회의 기강이나 공무원의 기풍은 그러한 정세전환에 탄력적으로 대응할수있을만큼건강하지 못한게 엄연한 현실이다. 또한 부정부패가 계열화돼가고있다는 사회적 비난이 제기된지도 이미 오래이다. 지금 우리는, 사회일반은 물론 특히 공무원사회에 있어서의 정신적청결성을 고도로 요구하고 있으며 새롭고 헌신적인 기풍의 진작을 필요로하고있다. 착실한 행정능율의 고양도 필요하겠지만 경우에따라서는 정치적인 과단성의 발휘나 의욕적인 개척정신도 필요하다.
그런점에서 우리는 새각료들에게 그들이 능숙한 행정수완과 겸하여 정치가적 통찰력이나 용기를 함께 갖추어 국가에 적극적으로 공헌하는 책임있는 장관이 되어주기를 재삼 희망해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