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카니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5월은 젊은이의 달이다. 「파리」대학생들의「데모」를「드골」대통령은「카니벌」이라고말했다지만, 지극히 평화적인 우리네 대학생들은 이달에 몹시도 풍성한 학원「카니벌」들로들떠있다. 기뻐할 일도, 자랑할 것도 별로 있을것 같지는 않은데 대학마다 서로 경쟁해가며 학원제다 무슨제전이다해가며 잔치기분에 젖는다. 해마다 규모도커지고, 호화스러워지는 것도 신통한 노릇이다.
언제부터의 풍습인지는 몰라도 학원제면 으레 미의여왕을 뽑는다는 것도 이상한일이다. 지식과 교양을 가르치고 배우고 하는「캠퍼스」에서 표피적인 미의 소유자가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인지 몰라도「미의 여왕」이 학원제를 주름잡는게 보통이다. 아마 그런데 우리네 대학의 상징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학원제의 예산중에서 제일많은 지출을 경음악「밴드」나「팝·송」가수초청을 위하여 쓴다는 것도 도시 알쏭달쏭한 노릇이다. 학원을 상아탑으로보는 관념은 이미사라졌다. 그래도 학원과 지식의전당이 곧 대학이라는 생각은 아직 가시지않고있다. 내일의 문화의 일꾼이라는 자부를 우리네 대학생은 여전히 갖고 있는것으로알고있다. 그리고 대학만이라도 순결하게 내일을위한 날카로운 혜지를 닦아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은 더욱 애틋해지기만 하고있는것이다.
가까운 이웃나라의 학원제만 보더라도 좀 더 알찬 학원의 축제답게 민족적과제에 대한 공동토론회며 학술강연회들이 중심이 되어 있다. 평소에는「레저·붐」에 들떠 있는것같이 보이는데도 말이다.
동정은간다. 제대로 젊음의「에너지」를 발산시킬 기회도 없는 우리네 대학생들에게는 한해에 한번만이라도 자유를 만끽하고 싶어질것도 사실이다. 지금이 어느때라고 하며 못마땅히 여길수도있다. 어느 때인줄 누구보다도잘알고있으니까 학원제를그저 어울리지 않는「포크·댄스」와 유행가에 자기를 잊게하는「카니벌」로 만드는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그렇게보면 이런때 학원제를 꼬집는다는것 부터가 도시 쑥스러운일이 아닌가 여겨지기도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