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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관광 한국, 한류만큼만 하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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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국 관광이 호기를 맞고 있다. 한류 열풍과 중국·동남아시아의 경제성장이라는 호재 덕분이다. 외국인 방문자 1000만 명 시대를 맞은 지금 관광은 다음 세대 한국을 먹여살릴 주요 서비스 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하지만 일단 유치해 놓고 보자는 주먹구구식 저가 단체관광객 유치가 여전히 만연해 관광 한국의 이미지를 흐리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 관광지에서 한참 떨어진 숙소, 부실한 식사, 커미션을 주는 쇼핑센터 방문 강요 등 고질적인 악습이 여전하다. 이런 상태에선 제대로 된 관광을 즐기며 한국에서의 추억을 만들기가 어렵다. 국가 이미지에 먹칠하는 것은 물론 한류 때문에 모처럼 싹튼 한국에 대한 기대감마저 송두리째 잃을 수 있다.

 해외 여행사로부터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으로 하청을 받고 이를 쇼핑센터 커미션 등으로 벌충하는 편법을 쓰다 보니 생긴 일이다. 문화관광부가 커미션을 자제하라는 지침을 내렸지만 현장에선 ‘쇠귀에 경 읽기’ 격이다. 정부는 후진국형 커미션 악습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칠 수 있는 강도 높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선 관광 한국의 발목을 잡는 싸구려 단체상품을 뿌리뽑기 힘들다.

 여기에 한국 역사·문화·자연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자질 있는 관광 가이드를 충분히 양성해야 한다. 지금처럼 관광객의 쇼핑을 유도하는 능력이 뛰어난 무자격 가이드가 ‘역사 왜곡’ 수준의 엉터리 안내를 해도 여행사에서 더 환영받는 현실을 방치해선 곤란하다. 이를 위해선 처벌 기준을 포함해 무자격 가이드에 대한 엄격한 관리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제는 관광객 숫자에 집착하지 말고 관광의 품격에 초점을 맞추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커미션이나 받으려고 손님을 억지춘향격으로 쇼핑센터로 데리고 다니는 관광이라면 방문객 숫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젠 한국의 자연과 도시, 한류와 한식, 현대문화와 역사를 결합한 고품격 관광상품을 다양하게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관광산업을 차세대 산업으로서 키우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