둑 잃은「검은분류」|「킹」목사 피살과 미 흑인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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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제1의 비폭력민권지도자「마틴·루터·킹」박사의 불의의 죽음은 올해의「무덥고 긴여름」의 방향이 어떻게 뻗어날지 전혀 종잡을 수 없게 만들었다. 지난3월28일밤 한 사람의인명을 앗아가고 62명의 부상자를 낸「멤피스」폭동이 터졌을 때 흑인폭동의 졔절이 3, 4개월 앞당겨진 것 같은 절박감을 이미 자아낸바 있다.「킹」박사의 피살사건은 그렇지 않아도 월남전쟁 때문에 국론이 분열되다시피 한 미국을 문자그대로 내우외환의 소용돌이 속에 밀어 넣었다.

<천4백만명 앞날 선거이슈로 부각>
「호놀룰루」전략회담에 참석하기 위해「워싱턴」을 떠날 차비를 하던「린든·B·존슨」미국대통령이 출발날짜를 하루 연기한다고 재빨리 발표하지 않을 수 없었음을 보아도「킹」박사의 암살이 주는「쇼크」가 얼마나 청천벽력과 같이 컸느냐를 짐작할 수 있겠다.
1천4백만명의 미국흑인사회의 정신적 최고지도자로서 비폭력민권운동에 앞장서온「킹」박사가 암살 당했다는 흉보는 앞으로 온건파에 속하는 비폭력민권운동자들까지도 이때까지의 투쟁방법을 지양, 강경파의 폭력적 방법에 동조하는 방향으로 나오게 될지도 모를 위험성을 현저히 증대시켰다.
「존슨」대통령이 벌써부터 대통령선거의 중요「이슈」의 하나로「클로스업」되어온 흑·백 분규에 새로운 대책을 시급히 쓰지 않을 수 없게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존슨」대통령이 며칠전 90%의 대월맹북폭중지와 자신의 대통령출마 포기라는 폭탄선언을 발표하기 전부터「로버트·케네디」미국상원의원은 월남전 다음으로 들고나올 만큼 흑인문제는 미국에 있어 월남전 다음가는 큰 문제이다.

<폭발적인 위험도 월남전과 맞먹어>
흑인들의 민권을 존중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민권법이「킹」박사의 대대적인 민권시위운동에 큰 영향을 입어 제정 공포된지는 벌써 4년째가 되나 그전에 비해 흑인들의 처지에 급격한 향상이 엿보이지 않고 있다는게 흑인들의 불만이며, 그들의 이러한 불만은 자질구레한 사건이 원인이 되어 대규모 폭동화해 온 것이 사실이다.
67년 한해만 따져도 인종폭동으로 83명이 목숨을 잃고 1억5천만불의 귀중한 재산이 잿더미로 화했던 것은 아직도 기억에 새로운 일이다.
「존슨」대통령으로서도 흑인폭동의 위험도가 어느정도로 폭발적이냐를 모르는바아니다. 월남전투장면을 방불케 한 작년의「디트로이트」흑인폭동의 심각성을 깨달은「존슨」대통령은 백악관 직속으로 자문위원회를 설치, 흑인폭동의 원인과 대책을 검토하도록 배려한 것도 흑인문제에 대한 그의 지대한 관심을 반영한 것이었다.

<흑인사회 개혁에 l백억불 요구>
이 자문위윈회가 지난달 초「존슨」대통령에게 제출한 이른바「커너」보고서는 흑인들의 고용, 복지, 교육, 주택분야를 개선하는데는 아쉬운데로 수백억불이 소요된다고 주장하고 흑·백 격차는 놀라울 만큼 심하다고 폭로했다.
이 보고서대로 수백억불의 자금을 흑인을 위해 투입한다면 흑인들의 비참한 처지는 눈에띄게 향상되고「디트로이트」폭동과 같은 대규모의 폭동은 어느정도 사전에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멤피스」민권시위를 마치고「워싱턴」에서 대규모적인 민권시위를 벌일 것을 계획한「킹」박사는 며칠 전만 해도「존슨」정부에게 적어도 1백억불을 흑인지위향상에 쓰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위대한 사회계획과 연2백50억불이 드는 월남전을 양립시킬 수 있다는「존슨」대통령의 지론은 앞당겨진「무덥고 긴 여름의 서곡」앞에서 버틸 발판을 잃을 염려가 있다.
미국정부의 과감한 대책과 백인사회의 참다운 각성없이는「킹」박사의 죽음은 천파, 만파의 흑인폭동을 불러일으킬 촉진제가 될 것 같다.
「킹」박사가 비명에 쓰러진지 몇시간 안되어 벌써 그의 피살지인「멤피스」를 비롯하여남부6개도시와 동북부2개도시에서 흑인들의 폭동신호가 올라갔다.
흑인민권운동에는 대체로 두 갈래의 흐름이 있다. 설득과 협조와 합법적 행동을 통해 흑인의 지위향상을 서서히 도모하려는 전국흑인지위향상협회(NAACP)와 같이「킹」박사의 비폭력민권운동노선을 따르는 일파가 있다.

<흑인국 주장하는「불랙·파워」득세>
그러나 비폭력운동 따위의 미지근한 방법으로는 민권운동의 성공은 백년하청격이라고 믿는 과격한「블랙·파워」단체도 있다. 흑인국가의 독자적 창설이라는 과격한 구호를 내거는「블랙·파워」의 폭력은 무지에서 오는 상당수의 흑인들의 경거망동에 상승하여 본격적인흑·백 전쟁의 방향으로 민권운동을 몰고 갈지도 모른다.
폭동악화에서 간과할 수 없는 요인은 흑인의 무지도 빼놓을 수 없다. 무지한 흑인은 툭하면 폭동에 편승, 약탈자로 돌변하곤 한다. 골수파「블랙·파워」에 속하는 흑인들의 지적수준은 비폭력민권운동자들에 비해 형편없이 뒤떨어지고 있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
제2의「킹」박사와 같은 온건파지도자가 흑인들의 폭력화경향에 자제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올해의 인종폭동은 사상 최악의 것이 될 것이다. <신상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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