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질문의 연속… 신념의 반대말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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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은 “소설가가 되지 않았다면 결격 사유가 많은 인간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내 작품이, 누군가에게 다시 한 번 읽고 싶은 책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소설가 신경숙(50)은 이제 하나의 브랜드다.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은유하는 작가가 됐다. 1985년 등단 이후 우리 존재의 내면을 섬세하게 엮어왔던 그는 2008년 발표한 장편 『엄마를 부탁해』를 통해 ‘제2의 신경숙’을 알렸다. 전세계 33개국에 판권이 팔리고, 미국 등 24개국에 번역·출간됐다. 지난해에는 ‘아시아의 부커상’으로 불리는 ‘맨 아시아 문학상’의 국내 첫 수상자란 영예를 안았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I’ll be right there) 미국판도 내년 4월 나올 예정이다.

『어디선가 …』 미국판 내년 봄 나와

그에게 경사가 하나 더해졌다. 2013년 호암상 예술상(상금 3억원) 수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삼성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을 기려 1990년 제정된 이 상의 역대 수상자 중 문인은 박경리·최명희·이문열·박완서·이청준·신경림 6명이다. 명단만으로도 ‘한국문단의 스타 열전’과 같다. 시상식은 31일 오후 3시 서울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열린다.

 “생각지도 않다가 (수상 소식에) 놀랐죠. 원로에게 주는 상이라고 생각했고, 스스로 젊은 작가라 여겨 저만치 있다고 여겼나 봐요. 박완서·이청준 선생님 등 역대 수상자들이 다 존경하고 제게 문학적 영향을 많이 준 분들이라 새삼 생각도 났어요.”

  등단 28년을 맞는 작가가 스스로 ‘젊다’고 착각한 이유는 뭘까. 야누스처럼 ‘야릇한 이중성’을 안고 보낸 2년여의 시간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책을 17권 낸 작가이지만 해외에서는 신진 작가였죠. 정체성이 모호해지니 긴장감이 생기더군요.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간 느낌도 있었고요.”

 그는 『엄마를 부탁해』의 인기가 현대인이라면 피할 수 없는 상실의 경험을 엄마로 상징화해 보여줬기 때문에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번역 등의 한계에도 ‘문학한류’의 가능성은 밝게 내다봤다.

 “젊은 작가들이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꾸준히 생산하고 있어요. 한국문학의 저력이죠. 70~80년대와 달리 젊은 작가들은 이데올로기에 대한 빚이 없는 세대죠. 인간에 더 집중해 독특하고 새로운 상상력이 출몰하기를 기대합니다.”

 그의 문학적 상상력도 확장되고 있다. 1년여 미국 체류 등 해외활동 경험이 작품으로 빚어지고 있다. “공간은 언제나 작가에게 남아요. 외국에서 만난 사람들을 화자로 한 4편의 이야기를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 첫 번째 이야기가 문학계간지 ‘문학동네’ 올 봄호에 실린 중편 ‘봉인된 시간’이다. 육군장교와 시인인 아내가 미국에 머물다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인 10·26사태로 고국에서 버림받은 뒤 돌아가지 못한 30년을 다룬 작품이다. 노르웨이에 갔을 때 만난 입양아들의 이야기도 소설로 다룰 생각이다.

난 해외에선 신인 … 긴장감 생겨

 그가 소설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그럼에도 인간은 아름답다’다. ‘소설은 질문’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신념의 가장 반대편에 서 있는 게 소설이에요. 모두가 한 방향으로 갈 때 반대쪽으로 가서 봐야 하는 게 소설이죠. 작가는 질문을 정교하고 세련된 문장으로 구축하는 사람이죠. 독자 스스로 생각하고, 사건이나 인물의 이면을 보고 회의도 해보게 하는 거죠. 소설이 질문이 아닌 해답이면 싱거워서…. 계속 쓸 수 있을까 싶은데요.”

글=하현옥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숫자로 보는 신경숙

200만 2012년 4월 『엄마를 부탁해』 국내 판매 부수. (출간 2년 7개월 만에 돌파)

33 『엄마를 부탁해』 판권 수출국 (24개국 번역·출간)

9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판권 수출국

7 『엄마를 부탁해』 『외딴 방』 등 장편소설 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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