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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지옥과 과외추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문교부는 이른바 「입시지옥」이라는, 이제 병력으로따져 10여년이넘는 만성질환을 통상적인 방법에서가아니라 혁명적인 대처로 일소할수는 없는가. 6백만 어린이들로부터 건강을 앗아가고 창의력과 지도력을 빼앗아가는 과외공부의 폐풍을 근본적으로 추방할 수는 없는가.
이문제가 우리사회의 중대한 현안문제로 된지는 이미 오래다. 민주의무교육의 일반적인 목표달성은 고사하고 학부형들에대한 강요된 학비지출을 둘러싼 해악적인 사회풍조가 식자간의 지탄을 받아온지도 이미 오래됐다. 누구나 입을 열면 그런 현실을 개탄하고 그 광정책의 시급한 발동을 운위하지만, 아무도 과감하게 현실 타개를 위한 선도적역할은 다하지못하고 오늘에 이르렀다.
심지어 그 책임의 대부분과 그 실현책의 「키」를 쥐고 있는 문교당국조차 수술을하려는 태도가 아니고, 겉치료만 하려는 태도이었으니 재언의 여지조차 없다. 지난4일에 문교부가 발표한 69학년도 각급학교 입시지침이라는것도 결국은 겉치레에 지나지 않았다. 본란은 이미 그런 정도의 지침으로는 과외공부의 광풍을 전혀 일소하지 못할 뿐더러, 도리어 「체육과외」라는 또하나의 혹을붙이는데 불과할 것이라는 우리의 의견을 밝힌바있었다. 뿐만아니라 중학입시에 대신하는 전형방법으로서 국민학교 전아동에대해 실시하는 지능검사및 적성검사의 활용과 중학교의 학구제·학교군제및 추천제등의 대담한 채택을 권고한바있다.
우리의 이와같은 권고는 두말할 것도 없이 이 다년간에 걸친 만성질환이 통상적이며 피상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치유되지 못할것으로 보는 판단위에 입각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와같은 우리의권고는 비단 우리만의 의견이 아니라는것도 주지하는 사실이다.「새싹회」·「대한어머니회」도 벌써 수년째 이문제와 대결하고 있거니와, 『6백만 어린이를 입시지옥에서 구출하자』고 나선 대한교련·사회정화대책위의 움직임도 바로 그러하다.
이위원회가 14일하오에 개최한 「과외추방」공청회결과만보더라도 각계에서 나온 연사들은 한결같이 의무교육의 기본적 목표달성을 위해 폐단 많은 과외와 입시지옥을 근원적으로 일소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물론 우리도 중학입시를, 추첨제를 기축으로하는 전형제도로 전환할 때, 거기에는 몇가지 부작용과 단점이 뒤따르리라는 것을 모르지는않는다.
그러나 그렇듯 장·단점이 고루 발견되는 경우라할지라도 정책결정자의 태도를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문제는 다름아닌 의무 교육의 기본목적에 투철해야 된다는 지상명령임을 잊어서는 안될것이다.
또 실제에 있어서 다소의 폐단이 뒤따른다해도 이 적폐는 그야말로 혁명적인 정책전환없이는 해소될 까닭이 없는것이 아니겠는가. 소절에 급급하거나 겉모양만을 얼버무려 우물쭈물 넘기려는 따위의 미봉책으론 영원히 그악순환을 정지시킬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거듭 우리가 문교부의 과단성을 촉구하고, 각계각층이 이문제의 근본적 해결에 대해서 빗발치는 지탄과 성원을 보내고있는 까닭도 모두가 그때문이라는 것을 당국은 모를리가 없을줄 안다. 우리는 대통령을 비롯하여 모든 위정당국자가 이문제의 해결을위해 한국교육사에 길이 남을 과단성의 발휘를 다시 한번촉구해 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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