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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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영·소는 7일 「핵우산」을 펴기로 공동선언했다. 이른바 「해브낫」(비핵국)이 어떤「해븐」국(핵국)의 핵공격을 받을때, 미·영·소는 공동으로 그나라를 방위해 준다는것이다.
가령 중공이 한국에 핵침략을 하게되면 그 3개국은 앞장서서 한국을 핵으로부터 방위해 줄것이다. 물론 한국이 「핵확금조약」에 서명하는 경우를 두고 하는말이다.
만일 「핵확금조약」이 대국들에의해 확정된다면 결국 남는 문제는 「해브낫」과 「해븐」사이의 새로운 「밸런스」이다. 핵이 무제한으로 개발되는 상태에서는 언젠가는 그것의 값이 싸구려로 떨어져 어떤 나라든지 핵폭쯤은 몇창고 그득히 거느리고있는 세상이 될지도 모른다. 그때의 광인이 되어있을 인류의 모습은 몸서리 치는것이다.
그러나 「핵의 확산」이 이 상태에서 그대로 굳어진다면 핵보유국(미·영·소·불·중공)들은 언제나 우산을 펴는 입장이 될것이다. 반대로 이 시간까지 핵을 갖고 있지않은 나라는 언제나 그「핵우산」밑에 쭈그리고 앉은 신세를 면치 못할것이다.
문제는 힘의 「밸런스」는 결국 다른 형태로, 그러나 지배하고 지배받는 관계는 그대로 유지될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핵확금조약에 의한 새로운 힘의체제가 등장하는 셈이다.
호전적인 중공을 바로 옆에 놓아두고, 더구나 중공이 핵개발에 황새 걸음을 하고있는 이현실에서 우리는 새삼 으스스해지지 않을수 없다.
「핵우산」도, 「핵의 무제한 개발」도 바로 천국의 평화는 아니다. 「다이너마이트」가 언제나 숯불옆에 쌓여있는 그런 평화인것이다. 영국의 보수계 일간지 「데일리·익스프레스」지의 군사기자 「채프맨·핀처」는 지난달 12일에 굉장한 「스쿠프」하나를 터뜨리고 있다. 그는 영국이 71년에는 핵무기를 몽땅 폐기처분할것이라는 「뉴스」다. 영국은 대국이되는 핵면허장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낙원의 평화는 대국들의 그만한 결단없이는 불가능하다. 「해브」와 「해브낫」이 공존하는한 「핵우산」은 평화의 우산만은 아닌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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