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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어린이 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어린이 방」이란 아직 우리 통념에서 생소한 말이다. 넓고 으리으리한 응접실은 꾸미면서도 아이들이 마음대로 어질고 뛰어 놀 수 있는 어린이 방은 드물다. 한가정에서 어린이의 위치가 실질적으로 소중하게 다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어린이가 떠들고 수선피우는 것을 금하는 역할에 치중했다.
어린이방의 필요성을 깨닫고 있는 것은 역시 근년의 일. 10세미만의 어린이들은 물론, 중학생 이상이 되면 제각기 방하나씩 요구하는데까지 이르고있다. 정서면에서 어린이는 그들나름의 분위기를 갖기 위해 어른들과는 격리할 필요가 있다. 스스로 행동하고 사고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 독립된 생활공간을 주어져야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어린이 방이 따로 정해졌다 하더라도 하나나 둘. 어린아이들 3,4명이 함께 쓰거나 혹은 여러 자녀 가운데 아들과 딸을 갈라 기거케 하는 정도다.
10세 미만의 어린이들 방일때 우선 마음놓고 뛰며 놀 수 있는 넓이가 필요하다. 좁은 침실밖에 마련하지 못할 경우라면 흙장난이라도 할 수 있는 「테라스」가 잇대어 있게 한다.
「리빙·룸」은 어린이들의 놀이 장소가 되기 십상이다.
두세 어린이가 그들의 생활공간을 누린다면 최소한3평. 수시로 잠자고 놀고 공부하는데는 그래도 서로 지장을 준다.
어린이 방은 겉치레보다 견고한 것을 제1주의로 삼는다. 벽이든 방바닥이든 가구든 흔들고 메때려도 냉큼 망가지지 않는 것. 무너지거나 쓰러지는 물건이 있어도 곤란하다. 가능하다면 어린이가 넘어져도 이마를 깨지 않도록 모나지 않고 또 부드러운 가구라면 더욱 좋다.
그렇다고 옷장이라든가 장난감 같은것을 넣어둘 가구마저 없앨 순 없는것.
역시 어린이 방은 항시 어질러 놓은 것을 손쉽게 정리 할 수 있는 기능이 갖춰져야 한다.벽에 붙인 반침은 여닫는데 불편하므로 어린이들 자신이 부담 없이 정돈 할 수 있는 가구일수록 편리하다. 5,6세정도의 어린이 방 가구라면 「층계마분지」제품으로 좋지 않을까. 커다란 전기기구 같은 걸 외장한 종이 상자로는 옷장·책꽂이·방석의자 등 여러가지 가구를 만들 수 있다. 폐물 이용면에서도 훌륭하거니와, 상자 거죽의 「디자인」으로 꿈이 서리는 색채의 효과를 노릴 수도 있다.
화가 천경자여사는 『사내아이들은 그리 신경쓰지 않아도 부모의 선택에 따라 복잡하지 않게 꾸밀 수 있다』고 말한다. 놀이개와 책장·옷장·시계를 비치하고 벽에는 그림엽서와 위인의 초상화, 「르노아르」의 『기도하는 소녀』등은 한결 「무드」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딸이 중학생만 돼도 『제나름으로 방이 비좁도록 꾸미니까 지도하기 더 어렵다』는 경험담이다.
여원 「홈· 서비스」대표 호경찬은 어린이 방의 요건가운데 『본능적인걸 저해치 않는다』 씨는점을 지적한다. 의자나 침대생활을 하는 어린이도 방바닥에서 뒹굴며 놀기 원한다. 언니의 공책이나 벽에 낙서하는 것은 낙서 할 데가 따로 없기 때문. 도화지를 자주 바꿔 끼울 수 있는 낙서판이 필요하다.
또 제가 그린 것이라든가 수집한 것을 걸어두는 벽면이 있으면 자극과 반응을 빠르게 받는다는 견해이다.
그러나 어린이 방의 가구선택은 결코 쉽지않다. 어른들이 쓰던 물림가구는 사실상 규격이 맞지 않고 새것을 사줘도 성장에 따라 곧 못쓰게 된다. 책상과 침대-어린이의 몸을 입체감있게 발육시키는데는 특히 침대가 권유되지만 우리의 통상 난방시설로는 좀 동떨어진 얘기. 우리 나라의 실정에선 어린이의 꿈이 서린 청결하고 밝은 공간의 마련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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