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공유 생태계 조성돼야 창조경제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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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직원들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방식으로 일한다. 사무 공간도 일하기 편한 대로 꾸미다 보니 일반적인 사무실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마운틴뷰=심재우 기자]

세계적인 검색업체 구글의 본사는 실리콘밸리의 중심지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자리잡고 있다. 방문객 창구가 있는 43동 건물에 들어서면 수백 장의 사진을 전자앨범식으로 붙여놓은 ‘올 더 프레지덴츠 멩(All the President’s Meng, 멩과 함께한 모든 저명인사)’이라는 전광판과 마주하게 된다. 차드 멩 탄이라는 엔지니어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저명인사들과 찍은 사진을 한데 모아놓았다. 구글 초창기부터 유명인사가 방문할 때마다 멩이 유쾌하게 나서서 찍은 사진이 하나 둘 모이면서 일종의 ‘인증샷’이 된 것이다. 15일 방문한 이곳에서 국회의원 시절 찍은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이 눈에 띄었다. 박 대통령이 기치로 내걸고 있는 창조경제의 본산이 바로 구글이다. 올 1분기에 지난해보다 31% 늘어난 140억 달러의 매출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페이지는 “아무도 우리만큼 미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감격 어린 목소리로 직원들을 치하했다.

 ◆ 창조는 공유에서 출발= 가장 성공한 벤처기업의 하나인 구글은 창조경제의 조건으로 개방과 공유를 들었다. 검색 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인 이자 리프코비츠는 “실리콘밸리가 성공하게 된 근간은 지식의 공유”라며 “한국은 정보기술(IT) 관련 하드웨어 인프라는 세계 선두권이지만 콘텐트를 비롯해 지식을 공유하는 환경은 북한·이란 같은 특수한 국가를 빼면 가장 밑단에 속한다”고 지적했다. 검색엔진이 들어와 내용을 확인하지 못하게 차단함으로써 외국인들이 정작 알아야 할 정보가 숨겨진다는 것이다. 구글 본사의 검색 엔지니어인 이동휘씨는 “국사편찬위원회가 각종 역사서적을 검색 대상에 올려놓지 않은 것이 독도와 동북공정 관련 외교전에서 풍부한 자료를 앞세운 일본과 중국에 밀리는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창조경제를 이루려면 네트워크와 전송 속도가 아닌 지식을 공유하는 생태계 조성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 혁신의 기반은 인재=구글 캠퍼스를 둘러본 결과 익히 듣던 대로 페이지가 자랑스러워하는 구글러(Googler, 구글 직원)들은 속된 말로 ‘개판 5분전’이다. 근무시간인데도 소파나 수면캡슐에서 잠자는 것은 다반사고, 야외에서는 따가운 캘리포니아 햇살 아래 비치발리볼을 즐기고 자신의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직원이 적지 않았다.

 이처럼 자유로운 직원들이 구글의 힘이다. 직원 채용 디렉터를 맡고 있는 매트 워비는 “구글 문화의 시작은 채용에서 비롯된다”며 “학력과 실력도 중요하지만 우리와 함께 구글 문화를 누릴 수 있는지 여부를 가장 중점적으로 살핀다”고 말했다. 자신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출신 대학과 학점이 훌륭하지 않더라도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두 건이나 뛰었다면 채용 과정에서 4~6차례의 1대1 인터뷰를 통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동창업자인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요즘도 매주 목요일이면 구내식당에서 이렇게 뽑힌 전 세계 직원과 대화하는 타운홀 미팅을 연다.

 한편 구글은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리는 ‘구글 개발자 콘퍼런스(I/O)’에서 레퍼런스 스마트폰 ‘갤럭시S4 구글 에디션’을 공개한다. 레퍼런스 폰은 구글의 최신 운영체제를 가장 먼저 탑재해 다른 제조사 및 개발자들의 표준이 되는 제품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갤럭시 넥서스, LG전자는 넥서스4 등을 발표한 바 있다. 레퍼런스폰이 ‘넥서스’ 명칭 없이 갤럭시S4 제품 이름을 그대로 살려 발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마운틴뷰(미국 캘리포니아)=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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