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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만 들썩 … 7월 이후 또 '거래절벽'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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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주택시장이 침체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는 것일까. 정부가 4·1부동산종합대책을 내놓은 지난달 주택시장은 오래간만에 활기를 띠었다. 주택매매 거래량이 크게 늘고 집값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이달 들어선 다시 지난달의 분주한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정부 대책의 ‘약발’이 다한 것 아니냐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매매 거래량은 7만9503건으로 3월(6만6618건)보다 19.3% 증가했다. 지난해 4월(6만7655건)과 비교하면 17.5% 늘어난 수치다. 특히 주택시장을 선도하는 서울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이 1801건으로 지난해 4월보다 80.8% 급증했다. 양도세 면제와 취득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이 시장에 먹혀든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중계동 을지공인 서재필 사장은 “4월 들면서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늘며 85㎡(이하 전용면적) 이하 중소형 급매물이 대부분 소진됐다”고 말했다.

 거래가 늘면서 집값도 올랐다. 지난달 전국 집값이 전월 대비 0.12% 오르며 13개월 만에 상승세를 보였다(한국감정원). 국토부가 공개한 4월 실거래가격 자료에 따르면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76㎡형은 3월 평균 7억6425만원이었는데 지난달엔 평균 7억9250만원에 계약됐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거래가 다시 주춤해졌다. 서울 잠실동 삼성공인 이경옥 사장은 “집을 사려는 사람들은 3월 가격을 원하지만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면서 거래가 끊기고 있다”고 말했다.

 급매물이 팔려나가며 가격이 오르자 추격 매수세가 붙지 않는 것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15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181건으로 지난달 거래량(5916건)의 3분의 1 수준이다. 집값도 약세다. 조인스랜드부동산 조사 결과 지난주 서울 아파트 값은 오름세로 돌아선 지 6주 만에 다시 0.01% 떨어졌다.

 서울 상암동 상암월드컵파크 6단지 84㎡형은 지난주보다 1000만원 정도 빠진 5억9000만~6억4000만원에 매물이 나온다. 강남구 반포동 반포래미안공인 조철호 사장은 “지난달엔 기대감이 컸는데 매수세가 확산되지 않으면서 약발이 벌써 다한 느낌”이라고 전했다. 4·1 대책의 약발이 떨어지는 건 불확실한 국내외 경제 사정으로 주택구입 심리가 정부 기대만큼 회복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건국대 심교언(부동산학과) 교수는 “경기가 좋아질 기미가 없다 보니 주택 수요자들 가운데 선뜻 거금을 들여 집을 사려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홍석민 부동산연구실장은 “집을 사고 싶어도 여전히 소득 대비 집값이 비싸 엄두를 못 내는 실수요자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토부 조사 결과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구입배수(PIR)는 지난해 5.1로 2011년(4.3)보다 높아졌다. 소득은 제자리인 데 반해 지방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른 영향이다. 4·1 대책 입법화 과정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기대감이 반감된 영향도 있다. 정부가 주장한 양도세 중과세 완전 폐지는 아예 국회에서 무산됐다. 대형 주택건설회사 임원은 “한목소리를 내도 모자랄 판에 정부와 정치권이 힘겨루기를 하면서 시장의 실망감이 컸다”고 말했다.

 그 때문에 주택시장이 또다시 침체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고덕동 실로암공인 양원규 사장은 “취득세 추가 감면 혜택이 6월 말로 끝나면 다시 거래 절벽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취득세를 감면받으려면 6월 말까지 잔금을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취득세를 감면받기 위한 계약은 사실상 이달 안에 끝나게 된다.

황정일·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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