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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중기 사장님 우즈벡을 응원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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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 30일 서울 상암월드컵구장을 찾은 대정기업 김영석 사장(맨 위)과 직원들. 한국인 직원들도 우즈벡을 응원했다.

"야, 너희 나라 선수들 실력 별론데."

"아니야. 사장님. 여기는 한국, 그래서 전반은 우즈벡이 봐준거에요."

지난달 30일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간의 독일월드컵 최종예선 경기가 한창이던 서울 상암월드컵구장. 파란 티셔츠를 맞춰 입고 나온 우즈벡 응원단 사이에 한국인들이 끼여 있었다. 우즈벡 산업연수생들 함께 시합을 보러 온 경기도 화성의 대정기업 김영석(42)사장과 한국인 공장 직원들이다. 대정기업은 우즈벡인 3명을 포함해 15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는 건설용 장비 중소업체다.

최근 주문이 조금씩 늘어나 한 시간이 아쉬운 상황이었지만 이날 오후 4시 공장 라인을 세우고 모두 상암 경기장으로 향했다. 대정기업은 지난해 초 우즈벡 산업연수생을 받았다. 김 사장은 우즈벡산업연수생들이 빨리 적응 할수 있도록 일부러 한국인 근로자와 같은 조에 섞여 일하게 하고 자주 회식자리를 마련했다. 하지만 우즈벡 산업연수생들은 시키는 일만 하고 노래방에 가면 박수만 치는 등 잘 어울리지 못했다.

김사장은 궁리끝에 보름전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초청한 '한-우즈벡'축구경기에 그들을 데려 가기로 결심했다. 김 사장이 "가 보겠느냐"고 넌지시 묻자 우즈벡산업연수생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특히 가장 어린 이스라일 존(28)은 감격해했다. 학창시절 축구선수로 뛰다 가정형편상 그만두고 한국행을 택한 그였다. 지금도 인근 공단 대항 족구선수로 활약중이다. 김 사장을 볼 때마다 "정말 경기장 가는 것 맞느냐"며 확인에 확인을 하며 좋아했다. 김사장 일행은 경기장 인근 횟집에서 소주를 나눠 마신후 응원석에 합류했다. 김 사장은 "행여 우즈벡산업연수생들이 '붉은 악마'의 응원 열기에 기가 죽을 까봐 '알코올 무장'을 시켰다"고 말했다. 한국인들이 주축인 '우사모(우즈벡을 사랑하는 모임)'와 자원봉사차 나온 아주대 응원단이 대형국기와 북, 티셔츠를 가져와 우즈벡 응원 분위기를 띄웠다. 2대 1로 한국팀이 승리한뒤 존에게 서운하지 않냐고 묻자 그는 "나도 한국에 있는만큼 반은 한국 사람이다. 우리팀이 이긴 것과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김 사장은 2차로 맥주를 사겠다고 하자 직원들이 흔쾌히 따라 나섰다.

존이 "우리 사장님, '굿' 사장"이라고 치켜세우자 김 사장은 "다 일 잘 하라고 하는 것"이라고 받아 쳤다. 김 사장은 " 우즈벡 산업연수생들이 한국에서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도록 회사 사정이 허락하는대로 이런 기회를 자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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