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간「나세르」독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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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집권15년째로 들어선「이집트」의「가말·암델·나세르」가 지난번 중동전 이후 계속 휘청거리고 있다.
범「아랍」통일과 반식민, 반봉건을 내걸고 자기 나름대로「역사의 부름」을 받았다는 현대사의 반항아「나세르」의 통치에 금이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월말.
「나일」강 가운데 있는「게지라」섬에선 「이집트」사상 최대의 재판이 열렸다.
12대의 차에 끌려온 54명의 피고들은 붉은 모자를 쓴 고위장관 아니면 정부의 고관들뿐이
었다.
묵묵히 차에서 내린 이들은 엄중한 경비를 받으면서 재판장으로 끌려갔다.
이들은 모두 지난6월의 중동전 이후「나세르」정권의 전복을 음모했다는 혐의로 체포된
「이집트」의 VIP들이었다.
이날 재판장에 끌려나온 인물 중엔「이스라엘」과의 전쟁당시 육군장관을 지낸「샴스·바
드란」전 내무장관「아비스·라드완」,「나세르」의 정보기관 총책이었던「살라·나스르」 ,
「나세르」의 청년단체사령관「갈랄·하리디」등이 포함돼 있었다.
이들 피고의 최고책임자로 기소됐던 전 제1부통령겸 군총사령관「압델·하킴·아메르」원
수는 자살했다고 보도됐으나 실은 독살됐다는 설이 파다하다.
재판관들은 이들이 지난번 중동전이후 반「나세르」운동을 음모했다고 주장했는데 그 당
시「아메르」원수를 포함한 8백여명의 장교가 파면되었었다.
이날 검사가 행한 논고의 요지는 대략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①「아메르」는 그 당시 파면된 장교들에게 피신처를 제공했다.
②이들은「쿠데타」를 일으키기 위해 수류탄, 기관총, 권총 등 7「트럭」분을 사들였다.
③「아메르」는 반「나세르」「팜플릿」을 배부했다.
④이들은「나세르」를 납치할 계획까지 꾸몄다.
⑤마지막 단계에서 이들은 군대의 지휘권을 빼앗고 각료전원을포함한정부기관을 모두 체포, 정권을 빼앗으려했다.
⑥이 경비를 조달하기 위해 「살라·나세르」는「라드완」에게 14만「달러」를 수교했다.
아뭏든「나세르」는 이 기미를 알아채고「아메르」를 포함한 이들 전원의 체포령을 내렸
는데 이날 열린 재판에 처음으로 불려나온 12명의 피고들은 모두 무죄를 주장했지만 재판관
의 면모틀 보면 재판결과는 이미 뻔한 것.
재판장엔「나세르」의 4명의 부통령 중의 하나인「후세인·엘·샤페이」가 임명되었고
나머지 2명의 재판관도 친「나세르」장성들이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작년6월8일「이집트」의 10만대군이「시나이」반도에서「이스라엘」「탱크」
부대의 전격작전에 밀려 어처구니없이 괴멸되자 중동전은 이미 끝장이 난거나 다름없었다.
패전의 책임은 자연히 실권이 없었던「아메르」에게 뒤집어씌울 수밖에 없었고 퇴색한 신
화의 부활에 급급하던「나세르」측은「아메르」에게 「쿠데타」음모라는 굴레를 씌워「나세
리즘」의 희생물이 될 것을 강요했다.
이때문에「아랍」공화국의 군을 키워오고「나세르」의 정치곡예를 뒷바라지 해온「아메르」는 역적이라는 누명을 쓰고 옛 부하의 심판을 받느니보다 차라리 독배를 택한 것인지도
모른다.<미타임지2월2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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