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숨날숨] “누구나 지금 있는 자리가 딱 제자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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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2호 30면

▶““보는 즉시 말하고, 듣는 즉시 말하는 것도 욕심이거든. 돌멩이 하나도 다 제자리가 있어. 오래된 돌덩이는 정원에 놓으면 보기 좋잖아. 사람도 꼭 있어야 할 제자리가 있고, 꼭 해야 할 말이 있어.” 수산 스님은 “누구나 지금 있는 자리가 딱 제자리”라고 했다. 돈을 더 번다고, 지위가 높아진다고 ‘제자리’가 바뀌는 건 아니란다. “마음을 움직여야 자리가 바뀌는 거여. 욕심으로 기웃기웃대고, 말할 자리 아닌 데서 말하는 건 세상만 어지럽게 한단 말이지. 입으로는 말을 줄이고, 위장에는 밥을 줄이고, 마음에는 욕심 줄여야 해.””

-김석종 『마음살림』

▶“젊은 날에는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해야 할 일’에 훨씬 큰 비중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자기계발서에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데, 나는 어떻게 처음부터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중략) 즐거움이나 행복도 당장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에서만 생겨나지 않는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처음에는 시작하기가 무척 힘들다. 그러나 참고 견디면서 열심히 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다 보면 잘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즐거움도 생긴다. ”

-공병호 『군대 간 아들에게』

▶“세상은 이런 하찮게 보이는 일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람이 감당하고 사는 일들이라는 것들이 사실은 마치 이삿짐 같은 것들이지요. 아무리 좋은 살림도 이삿짐으로 꾸려서 골목에 내놓으면 초라해 보이기 마련이에요. 이삿짐 같은 구체적 일상을 무시하지 마세요. 우리의 삶은 사실 그런 것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런 잡다한 일들을 처리하는 것이 인생이에요. 이상적인 일들도 이런 잡다한 일들 사이에 존재합니다. 훌륭하다고 숭앙받던 사람들이 어디서 무너집니까? 바로 일상에서 무너집니다.

-최진석 『인간이 그리는 무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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