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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새 번역 비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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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 연말 첫 모습을 보인 「신약전서」 새 번역에 대한 좌담회가 20일 대한성공회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각교파 대표를 비롯한 관계자 30여명이 모여 허물없는 의견들을 나눴다.
새 번역판 신약전서는 지난 60년9월 박창환 박사 등 5명이 새 번역을 위한 위원회를 짜고 여기에 윤성범 박사 등 5명의 원문 대조 위원회와 한갑수씨 등 6명의 문장 위원회가 힘을 합쳐 7년만에 「헬라」어에서 직접 번역해낸 것.
새 번역에 참가했던 대한성서공회 번역 실장 정용섭 목사는 『지난 47년 가장 가까운 원전으로 알려진 「사해사본」이 발굴되었고 이미 번역된 성서가 새 세대에게는 낡은 것이기 때문』이라고 새 번역판을 내게 된 이유를 밝혔다.
우리 나라에서는 본격적인 선교 활동이 있기 전인 1887년에 처음 「로스역·예슈셩교젼셔」가 나온지 80년만에, 그리고 1937년 개역판이 나온지 30년만에 신약전서가 구화체인 한글로 바뀐 것이다.
번역 위원 김철손 목사는 『원문에 충실하려고 애썼고 구역판에 빠뜨린 문장, 잘못된 것을 고쳐 메우면서 「스타일」을 완전히 바꿔 「듣기 좋고 실감 있는 말」인 구어체로 했다』면서도 『무언가 마음에 걸리고 아쉽다』는 소감이다.
성서가 시대에 맞게 새로 번역되어야 한다는 대전제들 찬성하는 각계에서 새 번역판에 대한 반응은 『큰일을 치러냈다』는 말 뒤에 『소설책이다』 『국민학교 교과서 같다』는 혹평이 따르는가 하면 감리교 등에서는 이미 새 번역판을 바꿔 쓰고 있는 등 엇갈린 실정.
시인 박두진씨는 『평신도이며 한 사람의 독자로서 독후감』이라는 조심스런 전제를 달고 『①구어체로 바꾼 것은 권위가 있어야하고 상징적인 훌륭한 말을 써야하는 성서의 관념에 중대한 모험이다. ②의미만 쫓느라고 너무 직역을 해서인지 문장이 딱딱하고 건조하다. 우리말이 이렇게 딱딱한가 의심이 갈 정도이니 좀더 부드럽게 윤기를 더하라』고 말하고 『문학성을 강조하는건 아니지만 성경은 훌륭한 문학 작품이 되어야 하겠다』는 의견.
얼마전에 성공회에서 세례를 받은 영문학자 김진만 교수는 『무리, 족속, 방언 등 어휘가 마땅치 않은 것이 많고 새 번역판이 교인을 위한 건지 비교인에게 읽히도록 한건지 일관성이 없다』고 말하고 앞으로의 처리가 더 중요하잖느냐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밖에도 『좀더 철저하게 현대화시키라』 『장정 및 표지 색깔도 성경 냄새가 안나게 바꾸라』 『예수의 말씀만을 반말로 쓴 것은 지나친 권위 의식이다』는 혹평도 뒤따랐다.
초판 2만부가 한달만에 다나갔다고 은근한 기쁨에 잠긴 성서공회측은 『천주교측과도 손을 합친 개정판이 나올 것 같다』는 귀뜀. 이미 구약은 같이 번역해내기로 거의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따라서 이 새 번역 성경은 이즈음 한참 벌어지는 각 교파 일치 운동의 밑거름을 마련키 위해서라도 계속 최대 약수를 찾아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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