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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에 든 간첩 놓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21일 밤 11시10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174의5 이용선(32·체신부공무원)씨 집함석 지붕을 타고 도망가던 간첩 중1명이 부역으로 떨어진 것을 이씨와 이씨의 누님 이용희(39)씨등 가족5명이 붙잡자 간첩은 권총으로 이용선씨의 아랫배를 쏘아 죽이고 달아났다.
이 괴한은 야전복 상의에 검은 바지를 입고있었다.
이날 밤 11시30분쯤 홍제동 파출소앞「버스」정류장에서 약혼자와 같이 차를 기다리던 윤정순(22·서대문구 성산동64) 씨가 총소리에 놀라 근처 가게로 뛰어들어가다 가슴과 배에 총탄을 맞아죽었다.
무장간첩에게 피살된 이용선(32)씨는 무장간첩과 약15분 동안이나 싸우면서 경찰에 신고했으나 경찰출동이 늦어져 아깝게 피살됐음이 밝혀졌다.
이날 밤11시쯤 이씨는 함석 지붕위로 도망치던 괴한이 함석이 무너지면서 부엌에 떨어진 것을 처음엔 단순한 강도인 줄 알고 격투를 벌였는데 괴한이 몸에 무기를 지닌 것을 발견, 간첩인 것으로 깨닫고 이씨의 아버지 이상대(66)씨와 누님 이용회씨등 가족5명이 합세하여 무장간첩을 거의 때려 누였고 옆 방에사는 신길자여인이 약50미터 떨어진 홍제동 파출소에 두 번이나 신고했으나 출동이 늦어진 틈에 정신차린 간첩이 이씨의 가슴에 권총을 쏘고 달아났다는 것이다.
이씨 집에서 길로 빠지는 골목은 폭이 1「미터」정도, 길이 15「미터」정도인데 큰길에는 군인도 많았으나 간첩이 달아난 뒤 총을 쏘며 달려왔다고 신여인은 말하고있다.
이날 밤 10시쯤 간첩출몰신고를 받고 세검동 현장으로 출동하던 서대문서 소속「드리쿼터」 (서울관502호)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앞길에서 간첩들이 던진 수튜탄 파편에 맞아 반파 됐다.
간첩들은 서대문서 소속「드리쿼터」의「헤드·라이트」를 보고 수류탄을 던졌으나 차량에 맞지 않아 인명피해는 없었다.
22일 상오11시쯤 폭파된「버스」가있는 세검정고개에서 30미터쯤 떨어진 숲 속에서 간첩들이 버리고 간 것으로 보이는 수류탄5개 방한모2개 실단1발「머풀러」2개 등이 발견됐다.
때아닌 총성에 놀란 홍제등·옹암동·세검동 일대의 시민들은 신문사와 방송국에 전화를 거는 등 불안 속에 하룻밤을 새웠다.
날이 밝자 무장간첩의 총격전을 보고들은 시민들은 분게, 강석진 (홍제동)씨는『서로 협조하여 깡그리 잡아야겠다』 고 열띤 목소리로 말했다.
더구나 이날 밤 무장간첩들이 「버스」에 수류탄을 던졌는가 하면 민가에 마구 뛰어들어 총을 쏜데 대해 시민은 의분조차 느꼈다.
이강희 (세검동) 여인은 『빨갱이들은 이제 발악을 하는 모양』 이라고 말하면서『이상한 사람이 나타나기만 하면 신고할 준비를 갖추고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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