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실태를 돌아보고|홍종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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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본에 거류하는 우리동포의 실정을살피기 위하여 작년 12월중순중「도꾜」의 우리 민단총본부를 위시하여「나고야」(명고층)「교도」(동경)「오사까」(대판)「고베」(신호)「후꾸오까(복강)「나가사끼」(장기) 등지의 민단을 방문하고 민단간부며 그외의 교포유지들을 만나 교포들의 실정을 들으며 또 장래의 항구적 시책은 무엇이겠느냐 하는 점에 관하여 여러가지로 의견교환한바 있었다.
즉 우리의 관심은 일본에 생활근거를 가지고있는 약60만 흑은 70∼80만으로도 짐작되고있는 일본국내의 우리한국인이 한·일협정비준후 5년이내 (1971년1월까지) 한· 일협정에의한 영주권을 얻어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그 국적을 밝힘으로써 한·일협정에 의하여 일본법률이허용하는 보호와 이익을 받을수있는 소위 법적지위를 보장받는 그실정을 중심으로 한 것이었다.

<영주권 신청자격 52만>
현재 일본에 거주하는 우리 교포에관한 일본정부의 조사라고 전하는 수효는 58만8천6백명가량으로 보고있고 그중 영주권신청을 할수 있는 요건을갖춘것이 약 수년전 일본경시청 조사에 의하면 민단계의 22만,중립계의22만,소위 조련계의 8만가량이라고도전하고있다. 그러나 실제의 수효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고 그리고 북한의 공산괴뢰와 통하고 있는「조련계」란것도 실수효는 생각보다 그리 많지 못하다는 것이다.

<2년간 신청은 5만뿐>
그동안 영주권신청상황을 보면 지난해 11윌말현재로 즉 협정비준후 약2년간에 신청자가 5만2천, 그중 허가된것이 4만8천가량으로 되어있다. 이로써 미루어 보아 우리교포들의 영주권허가신청은 그리 신속히 진행되고 있지않은것이 사실이다. 그 이유로는 아직 허가신청기한이 넉넉하다고 보는 사람도 있겠고 또 한편으로는 영주권신청에 관한 이해가 아주 부족한때문도있다. 그러나, 보다도 지금 교포의 영주권신청에 커다란 불안을 주고있는 중요한점은지금까지의한·일협정과두나라사이의 협정의 효과를 가지는 1967년8월24일에 이르기까지의 몇가지양해사항의 실시에 관하여 일본측이 아직 법제상의 절차를 밟지않고 있기떠문이다.
즉 양해사항중 가강 문제되는점은 해방후 외국인등록에서 누락되었거나 일시 본국에돌아갔었다하더라도 해방전부터 일에에 거주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인정되면 영주권신청을 받아들인다는것이나, 일본정부의 실무관청에서는 일본출입관리의 법의 개정이 없는한「양해사항」을 그대로 받아들일수없다는것이다. 그러면 현 일본정부의 법의 개정내용은 어떤것이냐고 할때 그내용역시한국인 영주귄신청에 불안을주는차별, 구속의 내용이 자못 많다는 점이다.
또한편으로 일본관리들은 기왕 영주권을 얻어서 일본에 살자고하면 일본인으로 귀화하여 아주 일본인이 되는것이 어려가지로 더많은 혜택을 받을수있다고 「귀화」를 종용하고있는가하면 공산괴뢰의 「조련계」에서는교포들을 북한의 강제노동수용소로 끌어들이려는 북송을위한 모략선전을하며 영주권신청에 방해공작을 한다는것이다.
이런 상황밑에 약간의 생활근거를가진 교포들을 일본에 귀화시키려는 일본측의 종용은 게도 구럭도 그대로 내것을 만들자는 결론이되는 것이다. 「북한의 낙원」을 예찬해온 조련계의 북송을 위한 거젓선전은 이미 식자간에는 폭로된지 오래나 아직도드 사정에많이 어두운조련계추종자 또는 중립계의 교포들에게는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서 영주권신청에 주저 방황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일본인으로 귀화를 한다고해도 여전히 일본인사회에서 차별을 면치 못하는 고립된「한국계일본인」이될밖에 도리가 없다는 귀화한사람들의실례로 보거나 또 그보다도 멀리 고향땅을 그리워하는 애절한 느낌과 핏줄이 흐르는 조국애의 정신이 대개「귀화」를 꺼리며 자녀간의 혼담도 「귀화한인」이란 이유로 거절되는 일을 흔히 볼수있다는 것이다.
이런점도 생각에넣고 관찰할 때 중립계라는 교포들도 그들의 생활근거가 일본에 영주할밖에 없는 이상 떳떳이 대한민국국민으로서 영주권신청을하도록 우리는 국가적 견지에서 또인도적 견지에서 될수있는데까지 이해를구하고 친절을 베풀어야 할것이고 그리함으로써 소위「조련계」의 추종자들도 이에 합류될수 있는 길을 열어주게될것이다.
그런데 재일교포라고할때 우리가 잊어서 아니될점은 대부분의 동포들이 일본땅에서 서럽고 외롭기 그지없는 가난과 천대속에 의지할곳없고 흐소할곳없이 수십년 살아왔다는 사실이다. 그러는동안에 피와 땀으로 생계를 이어가며 그중에는 여간한 자본을 장만하고 사업체를 경영하며 토대를 닦아은것이다.

<교포에 가지가지 압력>
지금「재일교포」라고하면 모두 두둑한 돈주머니를 가진 사람들이라고 이곳 본국에서는 기회있는 대로 청탁이나 하려고 달려드는 사람들이 적지않은것 같으나 그런생각은 어느모로 보나 체면에 닿지않는 일임을 알아야 할것이다. 또 그렇다고 「재일교포」들이라고 다 제대로 생활기반을 저땅에서 가졌느냐하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많다.
지금도 『우리들이 믿고 호소할곳이 어디며 그 길이 무엇이냐』고 서럽고 외로움을 하소연하는 소리는 어디서나들을수있는 것이다. 사실 외국땅, 일본사람들의 땅에서 생활치 않을수 없어서 은갖 고생을 다 하면서 간신히 생활근거를 세우기란 지난날도 결코 쉬운일이 아니려니와 오늘 이때에도 이모저모로 「한국사람」이라는 일본사람들의차별과 은연중의 경제적·사회적 압력이란 이루말하기 어려울만큼 조심조심스럽다는 것이다.

<부모와 자녀간에 간격>
그러는 동안 지금은 교포에도 새대에 층이 생긴 것이다. 내고향 내땅이면서도 살수 없어 배운것 없이 가진것 없이 헐벗은 몸으로 도망치둣 저땅에 가서 소나 말처럼 수모 받으며일을 해왔든가, 또 저들의 전쟁때에 소위 「징용」으로 강제노동을위해 끌려가서 수십년 사는동안 얻은아들 딸은 내말도 글도 모르고 자라며 중학도대학도 가게되고 보니 그아버지와 그자녀간에는 어느덧 이해키어려운 층절이 생기게 되는것도 어쩔수 없는 일로 되어있는 것이다.
여기에 교포의 문제로 오늘까지 고생 고생해온 어버이 층의 하소연이 있고, 새로 자라는 젊은층의 말로듣고그림으로 보며 한국을 그려보는 사람들의 방황하는 고민이 있는 것이다. 그들 역시「한국인」이라고 학교진학에도 취직에도 길이 막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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