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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심각한 중학생 학력 부진, 수준별 수업으로 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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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김성탁
사회부문 기자

얼마 전 이사할 때 가장 염두에 뒀던 게 아이가 다닐 학교였다. 학교알리미사이트(www.schoolinfo.go.kr)에서 이사 후보지에 있는 몇몇 학교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와 방과후 학교 현황 등을 찾아봤다. 국가가 공시하는 학교 정보인 만큼 학부모 대부분이 이용하고 있으려니 했다. 하지만 주변에 이런 얘기를 하면 “그런 게 있느냐”며 깜짝 놀라곤 했다.

 전국 중학교 내신성적을 들여다보기로 한 것은 이런 이유였다. 중학교 내신 평가 방식이 지난해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뀐 후 학교별 성적이 학교알리미사이트를 통해 공시돼 있지만 정작 이 정보가 가장 필요한 학부모는 까막눈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학교알리미사이트는 학교별 비교 없이 해당 학교에 대한 정보만 검색할 수 있어 자녀 학교의 성적을 확인하더라도 아이들 학업 수준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분석 결과 서울 강남구 등 사교육이 만연한 일부 교육특구를 제외하고는 중학생의 학력 부진 현상이 심각했다. 서울 지역 중학교 1학년 1학기 수학에서 과거 수우미양가 중 가에 해당하는 최하등급(E등급·60점 이하) 학생이 40%가 넘는 학교가 절반이나 됐다. 분석에 참여한 교육업체 대표는 “E등급은 기초 학력이 매우 낮은 것”이라며 “요즘은 고등학교가 아니라 중학교 때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학생의 학업성취도가 낮은 학교의 교장과 교사에게 학력 저하의 원인을 물었다. 한결같이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가 많아 학부모가 관심을 쏟지 못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학부모 생각은 달랐다. 기사가 나가자 “이 지경이 되기까지 학교가 뭘하고 있었느냐”는 불만이 쏟아졌다. “부모가 밥벌이하느라 바쁘다면 학교가 아이를 더 잘 돌봐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중학교 내신 성적을 분석하면서 두 가지가 꼭 필요하다고 느꼈다. 정확한 정보의 공개, 또 하나는 학업 수준이 떨어지는 학생을 위한 수준별 수업이다. 학교 서열화를 조장한다며 무조건 못하는 학교를 감추려고만 할 게 아니라 차라리 치부를 드러내서 학생이 도움을 받게 하는 게 낫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학교가 공부 잘하는 일부 학생만을 위한 곳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교육 당국이 이걸 원하는 게 아니라면 이제라도 수준별 수업을 세분화해 저학력군을 위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방안을 강구했으면 한다.

 개천에서 용이 나게 하진 못하더라도 정부와 학교, 그리고 우리 사회가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아이들이 학업의 꿈을 접는 현상만큼은 막아줘야 할 것 아닌가.

김 성 탁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