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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대씨 40년 회화 인생 회고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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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화가 김형대(67)씨는 40여년에 걸친 화업을 정리하는 회고전을 준비하며 "회화는 나이 육십이 넘어야 제대로 조명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7일부터 3월 9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김형대 1961~2003'전은 칠순을 바라보는 그가 자신이 평생을 바쳐 찾아온 그림 세계를 연대기순으로 펼쳐보이는 자리다.

김씨는 "형식은 서양미술을 따라잡을 도리가 없어 내용으로 승부했다"고 고백했다. 그가 말하는 형식이란 단색조 무정형의 추상화요, 내용은 한국적 전통이다.

61년 덕수궁 담벼락에 추상화를 내다 걸고 시위하듯 열었던 '벽'전에서부터 그는 일관되게 그 단색조의 추상을 지켜왔다. '생성시대' '심상(心象)' '후광(後光)' 연작에 이르기까지 내용을 이룬 것은 "한지를 통해 들어오는 빛의 은은한 효과"였다.

어린 시절에 멱을 감고 뛰놀았던 여의도 샛강의 추억, 모친이 꾸리던 동대문 포목상의 알전구 빛에서 반짝이던 비단의 색감, 눈길을 뗄 수 없게 그를 매혹한 조계사 단청 목조각의 미감 등이 그의 몸에 느낌으로 남아 한 흐름을 이루며 화면을 누벼왔다.

그는 제작 방법에 대해 "나이프로 검정색 물감을 바른 위에 흰색 물감을 칠해가면 백설기나 창호지 같은 깊이 있는 빛이 화폭에서 번져나온다"고 설명했다. 물감으로 수놓은 듯 영롱한 '후광'(사진)에서 한 화가가 삶을 바쳐 찾아온 회화의 빛이 일렁인다. 02-720-1020.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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