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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크리스마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매년 이맘때면「크리스마스」정화운동이 있는 것으로 기억된다. 많은 오가는 얘기를 들으면 어딘가 잘못된 것 같다.
어떤 이는 한국국민이 언제「그리스도」교도가 되었기에「그리스도」의 탄생을 이렇게도 성대히 축하하게 되었느냐고 물을게다. 나는 실낱과도 같이 차분히 지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원래 서양에서는 종교적 축제에 곁들여 온 가족이 모여 즐기는 것이 우리 설날이나 추석과 같은 기분이다.
나는 학생들에게「유럽」의 성탄풍습을 얘기해주면 선물얘기를 질문 받는다. 독일어계통의 국민들 가운데는 12월6일 성「니콜라스」(샌터클로즈)축일에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습관이 있다. 아이들은 받은 선물을 성탄날「크리스마스·트리」에 달고「예수」아기에게 보이며 즐긴다.
내가 같이 지낸 국민들 가운데 제일 인상깊은「크리스마스」는 독일의 풍습이다. 그들이 아끼는 아늑한「게뮈틀리히카이트」의 기질이 성탄이란 종교적 신비를 더욱 내면화하는데 가장 적합한 이유인가보다. 독일에서는 성탄 날까지「크리스마스」노래는 일체 듣지 못할 뿐 아니라 그린 노래를 일찍 불렀다간『기분 잡친다』는 듯 호되게 꾸지람을 듣기 마련이다. 적어도 4주일「그리스도」의 내림을 고대하는 대림절이 앞선다. 그땐「파티」도「트리」도 없다. 오히려 환희의 새벽을 기다리는 밤의「멜랑콜리」한 애조를 띤 노래가 불린다.
12월24일 전나무가 살짝 밀실로 옮겨져 어른이나 큰아이들만이 성탄나무를 꾸미는 특권을 갖고 어린이들 몰래 꾸민다. 그만큼 억제한 기대는 드디어 밤이 되어 은방울 종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은실에 쌓인 나무와 성가족상을 보게될 때 더 큰 기쁨으로 변한다. 그 나무 아래서 성탄노래나 시 낭송이 있다.
그때야 가족들은 몰래 장만했던 선물을 주고받는다. 선물은 결코 값진 것만이 아니다. 언젠가 독일친구가 한국사람으로부터 받은 비싼 선물을 들고 몹시 거북해 하는 것을 보았다. 각 국민마다 성탄을 지내는 풍습이 다르겠지만 성탄은 어린이들의 축제라는데는 다 공통이다. 듣기엔 교회마다 축하비가 엄청나고 그것을 합친다면 거대한 금액이 된다. 가난하고 굶고있는 아이들에게 주고 그들의 행복한 모습을 고요히 즐기는 참 기쁨을 갖는 것이「크리스마스」를 더 바로 지내는 길이 아닐까. 이날은 또 어른들도 어린이로, 동심으로 되돌아가는 날이다. <김태관(서강대 교수·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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