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수교 2주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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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일 협정이 발효되어 양국이 정식으로 수교한지 3년에 접어든다. 한·일 양국의 국교정상화는 2차대전후 국제정치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과제였고 양국 공히 협상, 타결, 협정비준의 제과정에 있어서 격심한 반대 여론에 부닥쳐 일대진통을 겪어야만 했었다.
우리 나라에서 한·일 수교를 추진하고 실현해온 대의명분은 국제협력 정치다원화 경향으로 말미암아 한국의 국제정치상 좌표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는데 인국 일본과의 수교를 무작정 지연시킬 수없고 또 조속히 협상을 매듭짓는 것이 한국의 국가적 이익에 부합하고 반공 한국의 역량을 강화해 주리라는데 있었다.
이와 같은 명분의 제시에 대해서는 협상타결 과정에서도 여러 가지로 이론이 있었던 바이다. 수교후 만2년이 경과한 오늘 양국 관계의 현실은 적극 수교론 자들의 기대가 많이 빗나갔음을 입증해 주고 있다. 이에 대한 우리의 의견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한·일 국교정상화는 반공한국의 위치를 강화시키지도 않았고 약화시키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한·일 협정은 일본―북괴 관계에 관해 명확한 규정을 회피하고 이 문제의 해결은 일본의 정치도의의 자각에 맡긴바 컸었다. 그런데 일본은 한·일 관계 수교 후에도 한국이 한반도에 있어서 정통성과 합법성의 독점을 공인 받고 있는 유일한 국가라는 사실을 도외시하다시피 하여 실리적인 면에서 은연중 [두개의 한국]을 시인하는 외교정책을 전개해 왔으므로 한·일 간에는 여러 번 마찰이 일어났다.
그뿐더러 [자유세계의 일원이면서 아시아의 일원임]을 자부하는 일본, 국가외교의 기조는 극동에 있어서의 반공 전초기지임을 자각하면서 움직이는 한국외교의 기조와 조화를 이루기 어려워 양국이 공통히 관심을 갖는 국제문제의 해결에 있어서 많은 잡음을 일으켰다. 한·일 양국 사이에 가로 놓여있는 국제정치 감각상의 차이나 국가노선상의 간격을 메우지 않는다고 하면 양국은 서로들 불여의 화를 입을 가능성마저 있는 것이니 이점 앞으로 양국은 정치적·외교적 노력을 가지고 의견의 근본적 접근을 꾀할 필요 매우 크다 할 것이다.
둘째로 한·일 수교는 한국경제를 개선하는데 별로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본이 협정발효후 10년간 제공키로해 준 유상무상의 경협자금 8억불중 그 동안 한국에 제공된 것이 약 1억7천만 불이요 그것이 자본부족에 허덕이는 한국경제의 건설에 약간의 도움을 준 것을 시인하는데 인색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한국의 대일 무역역조가 3분의 1에서 5분의 1로 격화되었다는 사실을 에누리없이 직시한다면 국교정상화가 일본에 대한 한국의 경제적 예속을 가장하리라 던 수교 반대론 자의 예측이 결코 기우가 아니었음이 증명된 느낌이 짙다.
한·일 무역에 있어서 수출입의 심한 [언밸런스]는 양국의 경제발전단계의 차와 국력의 차를 반영하는 면도 많다. 그렇지만 일본이 호혜평등의 입장에서 경제교류를 활발히 하여 양국의 공존·공영을 원한다고 하면 이와 같은 불균형은 크게 시정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점 우리는 일본 조야의 일대 반성을 촉구하고 싶다.
셋째로 한·일 수교는 한국문화를 변질·타락시키는데 결정적 계기를 이루었다는 것이다. 문화·예술면 그리고 [왜색적인 것]의 창궐은 뜻있는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런 [왜색침투]가 지속한다고 하면 우리 민족의 고유한 문화는 크게 왜곡 당하고 우리국민의 문화창조력은 크게 저하될 우려가 다분히 있다. 이에 대한 책임은 주로 한국 측에 있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 국민은 문화민족으로서의 높은 긍지와 자각을 갖고 왜색문화와 접촉하는데 보다더 확고한 주체성을 확립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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