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문화계 회고와 그 주역들 - 연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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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67년의 극계는 우선 극단의 연합무드로써 특색을 지을 수 있다. 젊어진 한국연극협회의 의욕적인 연합활동은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열린 연극인의 「한국연극의 현실」이라는 심포지엄을 비롯해서 ITI한국본부주최 제6차 「세계 무대예술의 날」기념행사(윤백남 작 「운명」)의 합동공연, 여름의 지방 연극지도자를 위한 특별강좌, 그리고 이어서 9월20일부터 시작된 제2회 연극절이 여덟 단체의 아홉 작품 공연으로 11월초까지 계속되어 드디어 지난 12월7일에 열린 한국신연극60년 축전발기대회를 그 피크로 이룬 느낌이다.
한편 6개 극단협의회가 마련한 연극금고는 당초의 계획과는 약간 달리 민중과 동인이 불참한 가운데 실험극장, 산하, 자유, 광장의 4개 단체만으로 아시아재단의 30만원 원조를 받아 50만원의 금고운영으로 시작했다. 아직 전 극단의 활용단계는 아니지만 이만큼도 획기적인 일이었다.
창작극 빈곤이라는 빈축을 받으며 막을 내린 제2회 연극절이긴 하나 금년도의 극단활동은 적극적인 코머셜리즘으로 진일보하였다. 공연의 규모로 보나 선전방식으로나 상업극단적인 색채로 일관했으며 따라서 공연의 예술적 성과보다 관객동원실적에 더 신경을 쓰는, 그리고 관객을 얼마나 많이 모았는가를 그 공연의 성패로 보는 경향이 생긴 것 같다.
연극절이 우리에게 실망을 준 또 하나의 큰 이유를 보면 전문연기자의 무규칙한 출연성향에 있겠다. 그들의 생활도 문제요, 출연에 대한 보상도 선결문제임에 틀림없으나 사회가 요구하는 신선하고 돈과 권력에 외면하며 예술의 가시밭길을 고집하는 예술가적 기질이 거의 보이지 않는 그들의 타락이 눈에 띈다.
그들이 우리 일상인과 동일한 생활관으로 돈이나 벌어 안정하고자 한다면 우리가 구태여 그들을 우러러 볼 가치가 어디 있을 것인가?
연극정책·사회보장도 중요하지만 연극인 스스로가 보다 높은 차원으로 연극을 이끌어 올리는 것이야말로 지상의 과제일 것이다.
오는 68년은 신연극의 육순이다. 이것을 계기로 한국연극의 새로운 풍토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강렬한 요청은 비단 입에 담기 쉬운 구호로서가 아니라 연극인 전체의 어깨에 메어진 성에인 것이다.
그러면 금년도 극계의 주역은 누구일까. 우선 희곡분야에서 살펴보면 각 신문사 신춘문예출신 작가들이 있으나 그 이후의 활약이 없었고 국립극장 희곡모집에 당선한 윤조병씨, 드라머·센터서 공연된 오혜령양 등이 있고 연출에서는 「돈·키호데」에서 대담한 실험을 한 허규씨가 클로스업 되었다. 그리고 연기에는 관록을 자랑하는 백성희씨 외에 신인 피세영군과 함현진군이 주목을 받았다. <추천한 분들-유치진 이해랑 여석기 오화섭 이두현 김창구 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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