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의 처녀의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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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법원의 검표결과로 법정당선이 확정된 김옥선씨는 33세의 남장처녀. 중앙대 정치학과를 나온 김씨는 재학시절부터 웅변대회에 입상하는 등 활동형이었으며 졸업 후에는 고향 장항에 정의여중고를 설립, 교장으로서 육영사업을 해왔다.
『결혼하지 않겠느냐?』는 물음에 그는 『농어민과 여성의 지위향상을 위한 투쟁과 이미 결혼했다』고 대답했다.
6·8총선 지역구의 홍일점이 된 김씨가 정계에 나선 것은 4·19직후. 7·29총선에 무소속으로, 63년 총선에서는 민정당 공천으로 입후보했다가 낙선하여 결국 세 번째 싸움에서 간신히 이긴 셈.
여자들도 남자로 오인하기 쉬운 그의 특색있는 「남장」에 대해 김씨는 『일제 때 단 하나의 오빠가 학병에 나간 채 돌아오지 않아 아들이 없음을 한탄하는 노모에게 아들노릇을 대신하겠다고 약속한 것이 그 동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천과정에서부터 당내의 남성 라이벌들과 치열한 경쟁을 겪어 이따금씩 『여성은 어디서나 외롭습니다. 특히 정치하는 여성은…』하며 푸념. 『당선되면 여장하라』는 권유를 물리치고 『이 모습으로 선거구민에게 선을 보이겠다』고 고집을 부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는 당 간부의 간곡한 권유도 있고 하여 국회에 들어갈 땐 얌전히 여장을 하겠다』고 약속한다는 얘기도 있다. 이날 대법원의 공식발표로 당락이 뒤집히자 신민당 참관인과 당원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성…. 원고 대리인 이상규 변호인은 벅찬 기쁨에 눈시울을 붉혔고, 당선자 김옥선씨는 『장항에 사는 어머니에게 이 기쁜 소식을 제일먼저 전하겠다』면서 총총히 사라졌다. 한편 이원장씨 측근 인사들은 검표가 끝나기도 전에 패배를 자인하고 검증현장에서 퇴장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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