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밟히는 인권|법무부「옹호과」에 비친 실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어디서나 법률 앞에 하나의 사람으로 인정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세계인권선언 6조) 올해도 인권 주간(7일∼13일)동안 법무부인권 옹호과등정부의 관계기관과 민간인권단체에서 인권 침해 사건의 진정을 받아 짓밟힌 인권을 바로 잡으려고 애쓰고 있다. 인권 옹호는 인권 주간에 있어서만의 과제는 아니다. 많은 사람의 짓밟힌 인권이 억울함을 호소, 인권 옹호 단체에서 상담을 받지만 대부분이 상담에 그치고 마는 것이 지난날의 실정이었다.
지난 1월부터 11월말까지 사이에 법무부인권 옹호과에 접수된 인권침해 사건을 분석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되 새겨본다.
신고된 인권침해 사건은 모두 92건. 이 숫자는 작년의 같은 기간에 있은 78건보다 14건이 불어난 것이지만, 나타나지 않은 인권침해 사건은 헤아릴 수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인권침해 사건의 신고가 적은 것은 ①인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점 ②인권 단체의 활동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점 ③신고를 해도 별다른 소득이 없다는 등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인권옹호과는 92건의 인권침해 사건을 조사, 이중 59건은 가해자에게 형사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여 검찰에 입건 지시했으며 5건에 대해서는 「무혐의」라는 결론을 내렸다.
인권침해 사건 중 가해자 신분 별로 보면 민간인에 의한 침해가 67건으로 전체 건수의 72%를 차지하고 나머지가 경찰관·교직원·세무서원 등 국가 공무원에 의한 피해이다.
국가 공무원 중에는 경찰관에 의한 침해가 11건, 12%로 나타나 국민의 생명·재산보호를 사명으로 하는 독직 경찰관의 근절이 강조되고 있다.
이 밖에 군수사 기관원 등 특별 사법 경찰관에 의한 침해가 5건, 교직원에 의한 침해가 1건, 기타 공무원에 의한 침해 7건, 외국인에 의해 짓밟힌 인권이 1건으로 나타났다.
경찰관에 의한 인권침해 사건을 내용별로 보면 폭행·능학이 7건, 기타가 4건으로 밝혀져 사건 수사를 둘러싸고 피의자에 대한 고문에 가까운 폭행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경찰관의 고문 사건 중 대표적인 경우가 근하군 유괴살해범으로 수사를 받았던 전진열군에 대한 경찰의 고문 사건이다.
한국 인권 옹호 협회(회장 박한상)는 지난 11월 2일 현지인 부산에 출장, 4일간의 진상 조사 끝에 부산 시경 형사주임 김종관 경위등 관련 경찰관이 7명이라는 것을 밝혀내고 내무부와 법무부에 가해 경찰관에 대한 처벌을 요청했었다.
경찰이 고문사건은 헤아릴 준수 없을 만큼 많으며 위협, 공포감으로 대부분이 겉으로 나타나지 않으나 중요 사건만 해도 홍제동 여인 살해 사건의 신규한씨, 옥수동 처녀 살해사건 등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다.
인권침해 사건을 내용 별로 보면 폭행·상해사건이 59건으로 전체 92건의 64%를 차지하고 부당 해고 등 노동권 침해가 9건, 인신 자유 협박이 1건, 혹사 학대가 1건으로 되어 있다.
폭행·상해 사건의 가해자는 대부분이 권력층에 있거나 권력층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인데 법을 통한 해결보다는 가까운 주먹(권력)의 힘을 이용하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노동권 침해사건은 부당 해고, 노조 결성에 대한 부당한 압력, 혹사 등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근로 기준법에 규정된 법정 근로시간의 초과, 유급 휴가, 건강진단 등 법규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외면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권의 개념은 한계를 지을 수 없는 것으로 발전되고 있다. 세계인권선언은 「신체의 자유」라는 좁은 의미의 인권에서 「생활의 곤궁에서 생활보장을 받을 권리」로 까지 풀이하고 있다.
인권주간을 맞아 법무부는 관계부처와 협조, 소음, 오물제거 등 공해방지에까지 신경을 쓰는 등 「인권」에 대한 올바른 해석과 보장에 힘을 기울이고 있고 있으나 아직도 억울함을 호소하지 못하고 법의 뒷 그늘에서 신음하고 있는 수많은 「짓 밝힌 인권」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권리 위해 잠자는 사람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조야인권옹호기관은 진정한 인권 침해사건의 고발정신을 아쉬워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