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세 수위 높이는 한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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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3일 대북 송금 과정에서 열가지 실정법을 위반했다며 검찰 수사를 강력히 촉구했다. 또 노무현 당선자가 진상 규명에 대해 "국회에서 판단하라"고 제안한 것에는 "말바꾸기" "의혹을 덮으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수사 안하면 탄핵소추감"=박희태 대표대행은 이날 "실정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는 만큼 검찰은 당연히 즉시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규택 총무는 한발 더 나아가 "검찰이 고유의 수사업무를 포기하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검찰총장은 탄핵소추감임을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이 자체 검토 결과 실정법 위반이라고 판단한 부분은 열가지다. 우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나 현대상선이 주장하듯 정상적인 남북 경제 협력 사업이었다면 마땅히 통일부나 재정경제부의 허가를 받거나 신고했어야 할 자금 거래의 흔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 경우 각각 남북교류협력법과 외국환거래법 위반이라는 게 한나라당의 주장이다.

당시 임동원 국가정보원장.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 그리고 김보현 국정원 3차장이 송금 과정에 개입했고, 북한이 이를 경협 자금으로 사용하지 않고 군사비 등으로 전용했다면 "죄를 범하거나 범하려는 자에게 금품 등 재산상 이익을 제공한 것"에 해당, 국가보안법 위반이라고도 했다.

林원장과 金차장은 특정 정파의 이익을 대변해 활동한 게 돼 국정원법을 위반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또 한광옥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일부의 주장대로 대출과정에서 압력을 행사했을 경우 형법상 직권남용죄에 해당하고, 국회에 나와 "북한에 단 1달러도 지원하지 않았다"고 말한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은 발언이 사실이 아닐 경우 위증죄를 범했다고 본다.

산업은행도 현대상선에 신용공여 한도를 초과해 대출(형법상 배임죄)해 줬고, 자체 여신 관련 규정(산업은행법 시행령)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현대상선은 당시 반기 보고서.사업 보고서 등에 대출 관련 사실을 기재하지 않거나 허위 기재해 상법상 부외 거래를 했고, 대출 수표에 실명이 아닌 이름을 이서(裏書)하는 등 돈세탁 과정에 개입한 이들은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을 위반했다는 게 한나라당의 시각이다.

◇"실체 덮으려는 음모"=盧당선자의 "국회에서 판단" 제안에 대해선 김영일 사무총장이 "뒷거래 과정과 액수.전달 경위 등 사건 실체와 배경을 덮으려는 거대한 음모가 신.구 정권 차원에서 치밀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철저한 검찰 수사 입장을 밝혀왔던 盧당선자가 취임도 하기 전에 적당히 얼버무리려 한다"고 쏘아붙였다.

이규택 총무는 "그간 盧당선자가 해온 진실 규명 발언이 허구인지, 대국민 거짓말이었는지 입장을 밝혀라"고 말했다. 당특위는 이에 "정치적 고려는 없다"고 결정, 盧당선자의 제안을 거부했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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