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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 결혼」「문명」속에|「빈」을 놀라게 한 17세의 「도전」|신랑 부친은 "가풍"주장 신부집선 수색원 내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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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옛날 남 구라파 일대 황야를 정처 이 방랑하던 「집시」들에겐 독특한 결혼습관이 있었다.
달 밝은 밤에 한 「집시」가 자기가 연모하는 처녀를 강제로 납치, 사랑을 강요한 다음 뜻을 이루고 나면 그는 그들 「집시」사회에서 가장 명예스러운 존재로 등장하고 모든 「집시」들은 새로 결합된 이 가정을 위해 밤새껏 춤추며 축하를 해 주곤 했다.
현재는 포장마차에 몸을 싣고 유랑하는 「집시」의 무리를 찾아 볼 수가 없으나 그들의 자손은 구라파 각 지역에 퍼져있을 뿐 아니라 그 전통도 아직 남아있다.
그런데 최근 이들의 전통적인 결혼법을 둘러싼 전대미문의 사건이 「빈」에서 일어났다.
지난달 3일 상오9시 「빈」경마장 주인이며 양탄자 상인이 「빈」의대 재벌가 「알렉산더·바이츠」씨의 무남 독녀 「길다」(14)양이 「빈」중심가에 서 돌연 유괴 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길다」양은 이날 물건을 사러 시내에 나왔었는데 갑자기 대형 자동차 2대가 접근, 괴청년 2명이 나오더니 「길다」양을 강제로 자동차 속으로 납치, 쏜살같이 내뺐다는 것이 목격자들의 증언이었다.
이때 「길다」양의 비명을 듣고 몰려온 사람들은 많았으나 너무 순간적인 일이라서 모두 멍청하게 보고만 있었다 한다.
몇 시간 후 자기 딸이 유괴 당했다는 사실을 안 「바이츠」씨는 곧 경찰에 신고하는 한편 「빈」의 각 신문에 『돈은 얼마든지 있다. 내 딸을 돌려 보내주면 요구하는 대로 돈을 주겠다』는 광고를 냈다.
신고 받은 경찰은 목격자들의 증언을 청취한 후 그 자동차의 번호는 「프랑크푸로트」의 F-KX727호였다는 것을 알아내고 그 자동차의 소유자는 방직물 상인인 「요하네스·바이스」라는 것까지 밝혀냈다.
그런데 신문을 보고 경찰에 찾아왔다는 한 「택시」운전사는 『나는 4일 「길다」양을 「빈」에서 「살츠부르크」까지 태워다 주었는데 그녀는 자기 남편을 찾아가는 길이라고 말했다』고 증언, 경찰을 더욱 당황케 만들었다.
5일에 비로소 나타난 「요하네스·바이스」씨는 문제의 자동차는 자기 아들 「빌헬름·바이스」(17)의 것이며 자기 아들은 「집시」가의 '전통을 지켜 이미 「길다」양과 결혼했다고 말하고 『「집시」혈통을 이어받은 나로서는 이 결혼을 반대할 생각은 추호도 없고 단지 그들의 행복을 빌 뿐이요』라고 덧붙여 세상 사람들을 아연케 했다.
한편 이에 대해 신부 아내지인 「알렉산더·바이츠」씨는 『나는 이미 「접시」가 아니고 개화된 문명인이니 14살 난 내 딸의 결혼을 허가 할 수 없다』고 버티었다.
벌서 문제의 남녀는 「오스트리아」에서 독일로 넘어가 버렸고 「오스트리아」경찰로부터 사건 수사를 의뢰 받은 독일 경찰은 이 사건이 단순한 유괴사건인지, 아니면 미성년자들의 자유의사에 의한 계획적인 가출인지를 가려내기에 고심하고 있다고.【빈=오원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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