뤄위안 "중국도 북핵 피해자 될까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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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문제의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과 중국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니어재단(이사장 정덕구)이 4일 중국 칭화대·다롄외국어대학과 공동으로 마련한 제4회 ‘한·중 전략학술대화’ 자리에서다. 대화엔 중국에서 외교부와 군사과학원, 한국에선 국방연구원(KIDA) 등 민관 인사 20여 명이 참여했다.

 중국 측 참석자들은 한반도 비핵화에 강조점을 두는 발언이 많았다. 쉬부(徐步) 외교부 한반도사무부대표는 “중국은 비핵화와 한반도 안정의 중요성을 같은 수준으로 본다”면서 “평화와 안정이라는 프레임워크가 비핵화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요 국가 지도자가 모두 바뀐 만큼 우리도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인민해방군 군사과학원 뤄위안(羅援) 예비역 소장도 “북한이 핵무기를 통제하지 못하고 확산시킬 경우 미국의 무력개입 가능성도 있다”며 “중국도 북한 핵에 직·간접적인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중국 측 인사들의 이 같은 발언은 중국에서 한반도 비핵화의 이슈가 우선 순위로 격상됐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중국은 ▶한반도 안정 ▶한반도 비핵화 ▶관련국들의 관심사 해결의 순으로 3대 원칙을 제시했었다. 다만 북핵 개발의 배경을 놓고는 엇갈린 주장도 나왔다. 다웨이(達巍) 현대국제관계연구원 미국연구소장은 “중국은 한반도에 관한 미국의 특수한 입장도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북핵 문제의 최선의 해법은 미국·중국 등이 북한의 안보를 보장해주는 연착륙 시나리오”라고 주장했다. 반면 뤄 예비역 소장은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와 한·미 압박이 북한이 핵개발에 나선 직접적 이유”라며 미국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내비쳤다.

 대화에선 또 한반도 통일에 관련한 언급도 나와 눈길을 끌었다. 우리 측보다 중국 측이 먼저 통일이란 민감한 이슈를 꺼냈다. 다웨이 소장은 “중국도 전략적 비전을 새로 세워 멀리 볼 필요가 있다”며 “한반도의 통일 가능성은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추수룽(楚樹龍) 칭화대 국제전략개발연구소장도 “한국의 통일이 독일 모델처럼 평화로운 길을 택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쉬 부대표는 남북이 주도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 그는 “우리도 (통일해야 할) 대만이 있다”며 “주변국이 상황 변화를 원치 않더라도 동·서독이 통일을 했듯 남북이 주도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화에 대해 장달중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국이 현상유지라는 정책에서 한 발 나아가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고, 정덕구 이사장도 “중국의 장기 한반도 플랜이 변화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다롄=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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