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방위 「의무화」의 문젯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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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괴의 빈번한 휴전선 침범 사건과 무장 간첩의 무차별 살상, 파괴 활동 등에 자극 받아 민방위법 제정을 서둘러 온 정부는 민방위대의 조직을 의무제로 하는 내무부 성안의 민방위법안을 23일 하오 차관 회의에서 의결, 24일의 국무회의에 상정했다
민방위법의 제정은 지난 2년간 국가 안보회의에서 다섯 차례에 걸쳐 시안을 만들어 연구,검토해 왔으며 지난 10월14일 내무부가 이 작업을 인계 받아 추진해왔다.
내무부가 법제처 심의를 거쳐 국무회의에 올린 이 법안은 국가 안보회의에서 만들었던 법안에 비해 훨씬 두드러진 내용으로①민방위대 편성을 지원제에서 의무제로 고치고 ②민방위대상에서 천재·지변 등 자연 재난에 대한 방비 임무를 제외했으며 ③민방위대에 대한 지휘 감독 임무를 「대통령 소속하의 통합조정 기구→내무장관→각도지사→시장·군수→읍·면장계통」에서 「내무장관→각도경찰국장→경찰서장」선으로 바꾸는 한편 ④민방위대원에 대한무기 사용권을 인정하고⑤민방위대원에 대한 출동 의무 등을 새로 규정했다.
정부로서는 올해부터 격증하기 시작한 북괴의 대남 간첩이 내년부터는 더욱 증가될 것이고 북괴의「적위대」가 48시간 이내에 전투부대로 전환될 수 있다는 실정을 우려, 이 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자유권과 재산권 등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와 법 운용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악용될 우려, 갖가지 민폐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는 이유 등으로 신민당에서는 이 법의 철회를 들고나서는가 하면 공화당 안에서도 법 내용의 재조정을 주장하고 있으며 언론계에서도 대체로 이 법 제정에 반대 또는 재고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민방위 업무의 의무화 근거로 헌법 제34조의「국방의 의무」를 확대 해석, 총력전의 특색을 띤 현대전은 필수적으로 따르는 국민의 방공·방첩 등 민방위 의무까지도 국토방위의 의무에 포함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 제34조는 병역을 끝냄으로써 그 의무를 다한 것으로 보아야하며 특히 국민의 기본권 제한은 전시 등 비상 사태 아래에서만 할 수 있는 것으로서 정상적인 사태 아래서 비상시 태세를 국민에게 강요하는 것은 「국가 권력의 남용」이라고 지적되고있다.
정부는 지원제로 할 경우 55만명 규모의 민방위 대원을 확보하기 어렵다는데서 의무제를 채택했다.
의무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로는 서독·불란서·서전 등이 있으나 이들 국가는 상비 예비 수단이 없는 나라들이며 우리나라 같이 각도에 1개 사단의 예비사단을 갖고있는 경우는예비 수단의 활용, 경찰력의 강화 등으로 대간첩 작전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고 보는 이도 많다.
또 하나의 문젯점으로는 민방위대가 정치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점도지적 되고 있다.
신민당의 박영록 대변인이『과거의 민보사·향보단 및 국민 방위군 조직이 그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다 기보다 오히려 반민주 독재체제 확립의 방편으로 이용되어 왔다』고 지적했듯이 민방위대의 정치적 악용·또는 말단 조직의 민패 가능성 등은 이를 어떻게 배제시키느냐가 난제로 되어 있다.
더구나 민방위 대원이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데다가 경찰서장의 지휘 감독을 받게 되어 있어 『선거등에 악용을 한다면 악용의 여지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라는 것이 야당의 주장이다.
민방위대와 경찰은 별도의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민방위대가 경찰의 지휘·감독을 받게된다는 것은 체계상으로도 모순된다는 주장이다.
이 법의 제정은 민방공·방첩 등에 대처할 법들이 있으며 비상 사태 아래서의 대통령의 계엄 선포권, 긴급 재정 처분권, 위수령 등이 있어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데「입법과잉」의 사태를 가져오지 않겠느냐는 점도 지적되고있다.
민방위 법안은 내무장관의 민방위 업무 수행을 위한 자료 제출 및 현장 조사권, 토지 시설 및 물자 사용권, 통신 시설의 우선 사용권, 인력·시설·물자 등에 대한 수용권 등도 상당한 보상을 준다고 해도 기본권 침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많은 민폐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고 지적되고 있다.
많은 문젯점을 내포하고 있는 이 법안은 앞으로 국회 심의 과정에서 크게 논란을 겪을 것이 예상된다. <심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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