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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부」는 죽었다|성천지 미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최근 「워싱턴」에서 벌어진 월남전반대 「데모」에 앞장섰다가 경찰에 연행되는등 물의를 일으킨 반전작가 「노만·메일러」가 2차대전직후 「나자와 사자」라는 소설을 내었을 때 그 내용이 외설적이라해서 여론이 분분했다.
그로부터 20년. 미국사회의 성관은 일대 변혁을 일으켰다. 가벼운 포옹과 「키스·신」만이 등장하던 영화는 남녀관계의 묘사에 점점 대담성을 발휘, 이제는 「누드·신」까지를 서슴지않은 단계에 이르고 말았다. 이러한 현상은 영화에서뿐만 아니라 음담패설이 나열된 문학, 노골적인 가사의 「팜송」, 나체춤의 전위「발레」, 호색적인 미술과 TV「쇼」 및 개방적이고 노골적인 「패션」과 광고에 이르기까지 예술의 모든 분야에서 대두하고 있다.
인간의 성을 금기(터부)로 다루던 옛 도덕관은 이제 황혼기를 지나 사망직전의 단계에 도달한 느낌이다.
사회가 성문제에 있어 그만큼 관용적으로 되었다는 이야기다.
「미국만세」라는 인형극에선 커다란 남녀인형이 무대한가운데서 성행위를 벌이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예술분야에서 시작된 성개방 현상은 실사회에서도 점점 일반화되는 과정에 있으며 드디어는 교육분야에도 침투, 「캘리포니아」주의 「아나하임」과 「일리노이」주의 「에반스톤」교에서는 교과과정에 성교육 과목을 넣고 미성년자들에게 성문제를 가르치게끔 되었다.
성의 해방현상이 여기까지 이르자 식자들 사이에선 드디어 이 문제를 둘러싸고 연구와 찬반의 토론을 벌이기 시작했다.
미관론자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로마」제국멸망 직전에 「사포」, 「캐투루스」와 「오비드」의 퇴폐적인 작품이 나타난 사실과 비교, 사회붕괴의 징조라 우려하고 있다.
유명한 사학이며 「컬럼니스트」인 「막스·러너」는 『우리는(퇴폐한 생활 끝에 망한) 「바빌론」시대보다 더 「바빌론」다운 「바빌론」시대에 살고 있다』고 개탄, 사회도덕의 붕괴를 우려했다.
학자에 따라서는 이러한 우려를 소아병적으로보고 반론을 펴는 이도 있다. 자연스러운 성묘사야말로 청교도적 사회의 속박을 풀어주는 것이며 따라서 미국사회에 해를 끼치기는커녕 사회성장에 오히려 기여하는바 크다로 주장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바라는 것은 단순히 커다란 젖가슴과 「섹스·신」만이 아니다. 그들은 기성세대의 가면과 위선의 껍질을 벗기고 진실을 추구하려는 것이다』(「데이비드·서스킨드」)라고 우려론을 반박하고 있다. 또 「제수이트」교파의 「월트·J·옹」목사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우리가 과거보다 훨씬 더 자유로운 분위기 가운데서 살고 있다는 증거외에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하고 이를 사회변쳔 과정의 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는외에 하등 우려를 표시하지 않고 있다.
사회학자들은 성에 대한 「터부」의 동요현상을 미국사회에 있어서 도덕관념의 해체라는데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오늘날 많은 수의 미국인은 정부를 불신하고 있다. 신자의 수는 늘어나지만 종교에 대한 신념에 회의를 느끼는 신자는 불어나고 있으며 사회의 가치관에 대한 기초교육을 맡아온 가정은 그 기능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치의 전위내지는 전도현상이 작가로 하여금 강렬한 어구로 시대의 모순과 혼돈을 묘사케하였다는 것이다.
『음담패설을 싫어하지만 쓰지 않을수 없다』는 「노만·메일러」는 『음담패설이 월남전쟁을 빚어낸 상황을 표현하는 유일한 은유이기때문』이라 했다.
현대의 고도로 발달된 기술·산업국가의 비인간화에 대한 반발과 거기서 얻는 그들자신의 좌절감에 대한 해독제로서 음담패설을 쓴다는 것이다.
미국사회의 성개방현상을 시대변천의 한 가정으로 보는 대부분의 사회학자들은 자칫 걷잡을 수 없는 쾌락주의에 빠져 사회전락 현상을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하면서도 옛관습의 해체현상을 「도덕의 붕괴」로는 보지않고 오히려 「새로운 가치관에 대한 모색」으로 보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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