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삼엄한 법정안팎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공작원 사건 첫 공판>
동백림을 거점으로 한 공작단 사건의 공판이 9일 진행되는 서울 형지지법 대법정 주위에는 약 20여명의 정복경찰관이 출입문 3개를 엄중 경비,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 방청권이 없는 사람은 입장을 제한했다. 공판이 시작되기 전 상오 9시 10분 서울 구치소에서 버스 1대로 실려온 관련 피고인 26명(총 40명 중 불구속 7명, 7명은 민비연사건으로 분리심리)이 먼저 입정한 뒤 10시 서울지검 공안부 이종원 부장검사, 이준승 검사, 이창우 검사와 재판부인 김영준 부장판사, 김인섭 판사, 정동윤 판사가 입정했다.
공판정에는 한격만, 김갑수, 황성수, 오제도 변호사 등 29명의 변호인이 입회했으며 법정은 1백 50여명의 방청객, 80여명의 보도진으로 메워졌다. 방청객들은 거의 피고인의 가족들인데 면회조차 제한 돼있기 때문에 가족들은 앞에 앉아있는 피고인들을 보기 위해 노상 고개를 기웃거리고 있었다.
○… 재판부는 인정심문에 앞서 2분동안에 한해 피고인들에 한해 피고인들에 대한 사진촬영을 허가하고 곧 인정심문으로 들어갔다.
인정심문은 전 경희대 조교수이며 정치학 박사 정하룡(34) 피고인부터 시작되어 30분동안 세밀한 심문이 계속되었다.
관련 피고인들은 주소·성명·본적을 공소장대로 읽는 재판장의낭독에 사실이라고 대답하고 생년월일만은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 대부분의 피고인들이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는데 신병 때문에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서울대학병원에 입원중인 주석균(65·한국 농업문제 연구소장)피고인만이 딸의 부축을 받고 앉아있었다.
작곡가인 윤이상(50) 피고인은 몸이 불편한 듯 허리를 꾸부리고 있었으며 청와대 경호실장 부속실 통신원 김옥희(30·여) 피고인은 청색치마 저고리를 입고 시종 밝은 표정이 있다. 고등색 마고자를 입은 화가 이응로(64) 피고인은 건강한 모습이었는데 이조원 부장검사가 공소장 낭독에 앞서 북괴의 대남적화공작전술 전략을 폭로하는 말을 귀에다 손을 가져다 대면서 경청하기도 했다.
26명의 관련 피고인 중 이국종(36) 천상병(38·문필가) 두괴고인만이 서울 구치소에서 내준 푸른 미결수복을 입고 있었고 다른 피고인들은 가족이 차입한 한복을 입고 있었다.
이응로 피고인은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느냐는 재판장의 물음에 『부인 박인경(42·화가) 피고인과 결혼했으나 아직 신고는 안했다』고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 재판부의 인정심문이 끝나자 공소장 낭독에 들어갔는데 간여 이종원 부장검사가 4백 68페이지에 달하는 공소장을 한자한자 읽어내려가자 재판부는 공소장 낭독을 중지시키고 재판 받을 시간이 먼 다른 피고인의 변호인에 대해서는 퇴정해서 하오 공판에 들어오도록 했다.
재판부는 이날 공판이 열리기 앞서 피고인수가 많고 방청객이 많아 법정이 혼란할 것을 예상, 3백장의 방청권을 만들어 피고인 가족들에게 1백장 (민비연사건의 분리심리로 관련피고인 33명), 보도진에게 85장, 나머지 1백 15장은 법원과 검찰 및 중요기관에 배부했었다.
○… 이날 교도관의 계호도 삼엄해서 교도관 70명이 나와 피고인들 사이사이에 끼여 앉아있었고 법관석 변호인석과 피고인 석에는 각각 마이크를 장치하였다.
각 피고인의 진술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이응로 = 공소사실중 간첩활동혐의는 사실이 아니다. ▲주석균=동백림에 간것만은 사실이나 간첩활동은 안했다. ▲윤이상=공소사실의 대부분이 사실이다. ▲정하용=대체로 사실이다. ▲ 이순자=공소사실의 대부분은 시인한다. ▲임석훈=대체적으로 시인한다. ▲김광옥=공작금을 받은 것은 사실이 아니다. 동백림만 갔었다. ▲황춘성, 어원, 어정, 권태수, 이국종=전혀 사실이 아니다. ▲강빈구, 김중한= 대체로 사실이 아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